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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이정우 구리기쁨교회 담임목사

우리의 아름다움 요즘 몹시 힘들다. 목사노릇에 지친 것 같다. 개척을 시작한 지 이제 3년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기운이 쏙 빠진 느낌이다. 목회가 싫어진 게 아니다. 보람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성경적인 얘긴 아니지만, 다시 태어난다 해도 난 목사가 될 거다. 이렇게 사는 게 좋고 또 자랑스럽다. 좋은 목사가 되는 것, 이것은 여전히 내가 기뻐하는 소원이다. 문제는 나 때문이다. 하면 할수록 내가 너무 부족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더라도, 목사 일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많다.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정직해야 한다. 착해야 한다. 부지런하고 성실해야 한다. 남의 아픔을 체휼할 줄 알아야 하고, 차별 없이 사랑을 섬겨야 한다. 또 경건의 능력도 있어야 하고, 학문적인 실력도 있어야 하고, 한 방향으로 이끄는 리더십도 있어야 한다. 가만히 보면, 다 하나님 일이지 내가 감당할 만한 게 아니다. 정직한 게 어디 만만한 일이며, 사람 사랑하는 게 어디 사람의 일인가. 설교 하나만 해도 그렇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러나 현실적인 기대는 그렇지 않다. 누가 그러는데, 다른 것은 다 용서해도 설교 못하는 건 용서가 안 된단다. 참 무섭다. 결국 나 같은 게 하나님 흉내내다 제풀에 지친 거다. 그러나 난 한편으로 참 감사하다. 이런 한계를 겪으면서 깨닫는 게 많기 때문이다. 무능하고 연약하기 이를 데 없는 나 자신의 실상을 경험하면서 얻는 유익들 말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점이다. 지체장애아를 둔 한 어머니의 글이다. 좀 긴 인용이지만, 감동을 삭제하고 싶지 않아 그냥 옮겨본다. 제목은 ‘우리의 아름다움’이다. ‘기대한 만큼 채워지지 않는다고 초조해하지 마십시오. 믿음과 희망을 갖고 최선을 다한 거기까지가 우리의 한계이고 그것이 우리의 아름다움입니다. 누구를 사랑한다면 더 사랑하지 못한다고 애태우지 마십시오. 마음을 다해 사랑한 거기까지가 우리의 한계이고 그것이 우리의 아름다움입니다. 지금 슬픔에 젖어 있다면 더 많은 눈물을 흘리지 못한다고 자신을 탓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흘린 눈물, 거기까지가 우리의 한계이고 그것이 우리의 아름다움입니다. 누군가를 완전히 용서하지 못한다고 부끄러워 하지 마십시오. 아파하면서 용서를 생각한 거기까지가 우리의 한계이고 그것이 우리의 아름다움입니다. 모든 욕심을 버리지 못한다고 괴로워하지 마십시오. 날마다 마음을 비우면서 괴로워한 거기까지가 우리의 한계이고 그것이 우리의 아름다움입니다. 빨리 달리지 못한다고 내 발걸음을 아쉬워하지 마십시오. 내 모습 그대로 최선을 다해 걷는 거기까지가 우리의 한계이고 그것이 우리의 아름다움입니다. 세상의 모든 꽃과 잎은 더 아름답게 피지 못한다고 안달하지 않습니다. 자기 이름으로 피어난 거기까지가 우리의 한계이고 그것이 최상의 아름다움입니다.’ 글을 읽으면서, 지체장애 아이를 세상이 요구하는 기대와 수준까지 끌어올려보려고 몸부림치는 그녀의 손짓을 그려본다.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 때문에 다 타버린 어머니의 까만 가슴을 떠올려 본다. 그렇게 모든 방법에 힘을 다 쏟은 후, 숙명처럼 확인되는 절망 앞에서 토해내는 그녀의 한숨을 들어본다. 그렇게 하세월을 보낸 후, 세상의 모든 요구를 내려놓고, 자기 아이 하나만의 모습에서 나타나는 최선의 아름다움에 기뻐하는 그녀의 눈물을 그려본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주시고 기뻐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떠올려 본다.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너의 가운데 계시니 그는 구원을 베푸실 전능자시라. 그가 너로 인하여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하시며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너로 인하여 즐거이 부르며 기뻐하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