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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
이정우 담입목사,구리 기쁨의교회
매 맞고 잠든 내 아들

아들놈의 자는 얼굴이 자꾸 눈에 밟힌다. 불쌍하기도 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영 마음이 아프다. 오늘 아들놈에게 매를 댔다. 눈물을 흘리며 싹싹 비는데도 용서하지 않고 혼쭐을 냈다. 무척 아팠을 것이다. 그리고 난 종일 괴로워하고 있다. 괜한 매를 들었나 싶어 후회스럽기도 하고, 매정한 애비로 각인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이유는 거짓말 때문이다. 천연덕스럽게 나에게 거짓말을 친 것이다. 난 정직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직(integrity)은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진실(truth)하고 신실(faith)한 태도다. 그리고 이것을 망각하면 정신적으로 끝장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아들에게 선명하게 새겨주고 싶었다. 2년 전에도 그래서 종아리가 터지도록 혼쭐이 났는데 또 거짓말이다. 이래저래 답답하고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어쩌랴. 나중에라도 이런 애비를 생각하고 좋은 사람이 되는데 도움이 된다면. 한 사람의 일화가 생각난다. 다섯 살 된 한 아이가 아버지로부터 호되게 매를 맞았다. 교회 헌금주머니에서 동전 하나를 훔쳤기 때문이다. 단순한 호기심이 동기였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이를 엄하게 다루었다. 이 일로 인하여 아이의 마음에는 정직이 새겨졌다. 아이는 커서도 평생 남의 것에 손대지 않았으며, 정직하려고 노력했다. 땀 흘리지 않고 거액을 벌 수 있는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단호히 거부했다. 그의 정직은 갈수록 빛을 발하였고, 훗날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지미 카터다. 그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지금도 남을 도우면서 존경받고 있다.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의 매를 일생에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다. 성경 잠언에 이런 말씀이 있다.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 그리고 그 길에서 떠나려 할 때, 엄하게 다룰 것을 이렇게 주지시키고 있다. “매를 아끼는 것은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자식을 사랑하는 사람은 훈계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서양에서 실제로 있었다는 한 사형수와 그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다. 사형 집행을 앞에 둔 한 사형수가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보고 싶다고 했다. 교도 관계자들은 “아무리 극악한 사형수도 마지막에는 어머니를 찾는구나" 생각하며 측은한 마음이 들어 어머니를 면회시켰다. 그런데 면회가 끝날 무렵 면회소는 아수라장이 돼버렸다. 마지막 작별키스를 나눌 때, 사형수가 갑자기 어머니의 얼굴을 물어뜯어 피가 낭자하게 흘러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노한 주위 사람들은 사형수를 향해서 금수(禽獸)만도 못하다며 혀를 찼다. 이때 죄수는 이렇게 울부짖었다. “내가 사형수가 된 것은 어머니 때문입니다. 나는 지금도 기억합니다. 어렸을 때, 나는 이웃집에서 예쁜 장난감을 하나 훔쳤습니다. 그때 어머니는 나를 나무라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도 남의 것을 여러 번 손댔지만 역시 어머니는 나를 혼내지 않았습니다. 난 그렇게 도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사람의 목숨을 도적질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교육이론에 ‘결정적 시기이론"이란 게 있단다. 인간의 성격이나 습관 혹은 태도와 같은 특성들은 길러져야 할 결정적인 시기가 있다는 얘기다. 만약 그 시기를 놓치면 후에 그와 같은 것을 배우기가 어렵게 된다는 이론이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성격은 만 6세 이전에 완성된다고 주장했다.최근의 발달심리학자들도 대략 비슷한 주장을 하는 것 같다. 이미 베스트셀러가 된 ‘나는 모든 것을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책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했던 것 같다. 매 맞고 잠든 내 아들을 보며 기도한다. “주여, 사랑하는 아들을 위로하소서. 아침이 될 때까지 상처는 다 씻으시고 대신 교훈은 깊이 새겨주소서. 그리고 마지막 방법을 벌써 다 써버린 이 무능한 아비를 용서하고 함께 웃으며 아침을 맞이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