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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
이정우 담임목사, 구리 기쁨의 교회
황제 꿈을 꾸는 거지

가끔 들러서 설교도 해 주고 상담으로 돕기도 하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의 청년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게 되었다. 시시콜콜한 얘기를 주고받다가 서로의 꿈에 대해서 말해보라고 했다. 젊은이의 꿈 얘기를 듣는 것만큼 즐거운 것도 없고, 나도 도전을 받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난 사뭇 실망했다. ‘철저한 현실주의자"들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머릿속엔 그저 실무적인 능력을 기르는 일이나 경제적인 자립과 결혼 그리고 이런 것들이 웬만히 채워지면 즐기고 싶은 취미생활에 관한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현실은 참 중요한 것이지만, 이것에 점령당해 버린 젊은이들을 보면서 마음이 찹찹했다. ‘요즘 젊은 세대는 꿈이 없는 불쌍한 세대’라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꿈이 없는 젊은이, 이 얼마나 잔인한 인생인가. 난 실패한 사람일지라도 꿈을 가진 사람이 좋다. 그 실패 속에는 여전히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일지라도 그저 그런 현실주의자라면 그의 성공 속엔 의미가 없다. 그는 까뮈가 말한 대로 저주받은 인생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까뮈는 자신의 ‘시지프스의 신화"에서 큰 바윗돌을 산꼭대기에 올렸다가 떨어뜨리고, 또 올렸다가 떨어뜨리는 인생을 묘사하였다. 새로운 것을 기대할 수 없는, 무의미한 반복만이 계속되는 인생이 그것이다. ‘성실"에서 의미를 찾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꿈이 없으면 그것도 무의미하기는 마찬가지다. 발명왕 에디슨은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땀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우리는 보통 이 말을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말로 이해해 왔다. 지능이 좀 모자라도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부족한 영감을 보충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의 진의를 묻는 기자들에게 에디슨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렸다. “1%의 영감이 더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1%의 영감 없는 99%의 노력은 헛수고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꿈이 없는 수고는 공허하다. 인간은 새로운 삶에 대한 동경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그리며 살아야 한다. 그것은 허상(虛像)이 아니다. 비전(Vision)이라고 한다. 유능한 배우가 무대장치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각본 속에서 이미 무대를 상상하듯이, 설계사가 도면 속에서 이미 건물의 아름다움을 마음에 새기듯이, 내면의 그림으로 더 아름답고 가치 있는 인생을 추구하는 것이다. 물론 참된 꿈이어야 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내가 하나님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하나님이 바로 그런 꿈을 주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성경말씀이 있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셨다. 나는 내 영을 모든 사람에게 부어 주겠다. 그러면 아들과 딸들은 예언을 하고, 젊은이들은 환상을 보고, 노인들은 꿈을 꿀 것이다." 하나님은 인생이 마땅히 추구해야 할 비전을 주시는 분이시다. 진정으로 의미 있는 것을 추구하도록 하신다. 그러므로 이 꿈을 가진 사람은 행복하다. 그의 현실이 어떠하든지 말이다. 중국 황제와 거지 이야기다. 밤만 되면 거지가 되는 꿈을 꾸는 황제가 있었다. 황제는 꿈속에서 거지가 되어 온갖 고통과 괴로움을 당하면서 지옥보다 더한 불행을 겪는다. 그는 밤이 오는 것이 두려워서 낮의 생활도 불안하고 초조하게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하루 24시간, 1년 365일 그리고 평생을 지옥같이 살았다. 한편 밤만 되면 황제가 되는 꿈을 꾸는 거지가 있었다.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순간순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꿈을 꾸곤 하였다. 그는 황궁근처에서 구걸하는 거지였다. 이 사람은 자기에게 밀어닥치는 세파가 아무리 거세더라도 얼마 후에는 밤이 온다는 생각 때문에 전혀 고통이라는 것을 느끼지 않았고 오히려 매 순간 기쁘고 즐거운 삶을 살았단다. 황제는 거지처럼 살았고, 거지는 황제처럼 살았다. 누가 더 행복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