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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
이정우 구리 기쁨교회의 교회 담임목사

들꽃 사랑 이야기 요즘 들꽃이 좋아졌다. 인터넷에서 꽃 그림을 검색하다가 알게 되었는데, 갈수록 그 매력에 빠져 들어가는 것 같다. 꽃 하면 으레 장미나 국화 같은 것들만 생각했지 들꽃에게까지 관심을 둘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들꽃을 대하면서 그 가지가지의 소박한 생김새와 아기자기한 사연들에 정이 들었다. 물론 들꽃을 몰랐던 건 아니다. 촌놈이라서 눈에 기억된 것들이 있었다. 개나리나 도라지, 민들레, 할미꽃, 제비꽃 뭐 이 정도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들이 수 없다. 이름도 신기한 게 많다. 애기나리, 홀아비꽃, 털보깨비바늘, 뻐꾹나리, 까치수염, 꿩의다리, 노루오줌, 여우오줌, 쓰레기풀 등. 이름과 사연도 이쁘고 재미있다. 신방 앞에 매달아놓으면 딱 맞을 것 같은 금강초롱, 국화보다 작지만 앙증맞도록 노랗고 야물딱스런 산국, ‘순결하게 다시 찾은 행복’이란 꽃말에 어울리게 곱게 달려 핀 은방울꽃, 기린보다 더 가늘게 그리워하며 자란 가는기린초, 수줍은 코스모스처럼 바닥에 엎드려 핀 홍자색의 설앵초, 소나무 침엽 사이에서 기적처럼 피어나는 가솔송, 꽃은 너무 예쁜데 썩은 된장냄새가 난다는 마타리, 강아지의 그것 같아서 붙여준 개불알꽃, 개불알꽃보다 더 큰 왕개불알꽃 등. 들꽃을 보노라면 작지만 꽃 느끼며 살아야 하는 어떤 정감이 그리움처럼 살아오는 것 같다. 나의 이런 정감을 김용택 님은 잘도 그렸다. “그리움 가득 채우며/ 내가 네게로 저물어 가는 것처럼/ 너도 그리운 가슴 부여안고/ 내게로 저물어 옴을 알겠구나/ 빈 산 가득/ 풀벌레 소낙비처럼/ 이리 울고/ 이 산 저 산 소쩍새는 저리 울어/ 못 견디게 그리운 달 둥실 떠오르면/ 징소리 같이 퍼지는 달빛 아래/ 검은 산을 헐고/ 그리움 넘쳐 내 앞에 피는 꽃” ‘달맞이꽃’이란 시다/ 그렇다. 들꽃은 크고 화려한 것에 눈멀어 잊고 살았던 작고 소박한 것들을 생각나게 한다. 우리에겐 작고 소박한 채움도 필요하다. 우리 마음의 항아리는 몇 개의 큰 덩어리만으로 채워지는 게 아닌 것 같다. 사이사이 비어있는 공간이 사람을 공허하게 만들고 허전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들꽃들은 우리에게 작고 소박한 것들에 눈뜨라고 한다. 너무 작아서 눈여겨보지 않으면 못 보는, 그러나 보기만 하면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산좁쌀풀’을 보라 한다. 들꽃을 보는 마음으로, 우리의 작고 소박한 것들을 찾아보자. 혹시 그것이 부드러운 미소 한 조각이 아닐까.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닐까. 따뜻하게 마주잡는 두 손이 아닐까. 그래, 어쩌면 그것은 대지를 적시는 가랑비와 같다. 아침에 내리는 이슬과 같고, 가지사이를 지나는 산들바람과 같은 것이다. 부드러운 미소는 때때로 너털웃음보다 더 좋고, 따뜻한 한마디는 때때로 위대한 설교보다 감동적이며, 마주잡은 두 손은 큰 자선보다 더 진지한 사랑은 전해준다. 가랑비가 소낙비보다 더 식물을 이롭게 하고, 이슬이 생수보다 더 상쾌하게 하며, 산들바람이 폭풍보다 자연을 더 아름답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마음의 정원을 보라. 정원 가꾸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정원에는 그가 손수 가꾼 화려한 꽃들과 나무들로 가득했다. 그는 그 꽃과 나무를 사랑했다. 어느 날이었다. 그의 잘 정돈된 정원에 민들레 씨앗이 떨어져 피어났다. 그는 그 들풀을 뽑아버렸다. 하지만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민들레 씨앗은 높은 담장을 넘어와 피어나기를 계속했다. 지친 그는 전문가를 찾았다.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민들레를 사랑하세요. 그리고 그 들꽃을 키우세요.” 오늘도 하나님은 우리들 마음의 정원에 민들레 씨를 날리신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천국은 마치 사람이 자기 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 같으니 이는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자란 후에는 나물보다 커서 나무가 되매 공중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이느니라.” 천국은 이렇게 작은 것이 만드는 세계이다. 마음의 정원에 들꽃을 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