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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
<이정우 담임목사, 구리 기쁨의 교회>
말 한마디에 달려있다

우리교회 홈페이지를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게시판의 글 때문이다. 교우들끼리 주고받는 내용들이 참 정겹다. 생활하면서 겪고 느끼는 일이나 힘들고 어려운 고민들이 종종 올라오는데, 다른 교우들이 달아놓은 리플들이 많은 재미와 감동을 준다. 오늘은 한 자매의 사연에 리플이 줄줄이다. 임신중독에 시달리는 동생을 돌봐주러 두어 달 전에 미국에 간 자매인데, 함께 데려간 아이들 때문에 아주 난처한 상황을 당하게 된 모양이다. 예기치 않은 일로 힘들게 지내는 사연이 올라오자, 교우들이 일제히 위로의 리플을 달아준다. 간단한 리플들 속에서 말 한마디의 가치를 절감한다. 우리들은 때때로 말 한마디 때문에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병실을 떠올려 보자. 의사가 회진을 하고 있다. 중병으로 앓아 누운 남편 옆에서 아내는 근심스럽게 의사의 입만 쳐다본다. 어머니의 눈치를 살피며 아이들이 의사의 말 한마디를 기다린다. “수술 결과가 아주 좋은데요." 순간 희색이 돌며 웃음이 피어나는 가족들의 얼굴을 보라. 만약 의사가 “희망이 없는데요"라고 말했다면 어떨까. 문호(文豪)중에 나다니엘 호돈이라는 사람이 있다. 이름은 몰라도 ‘주홍글씨"라는 책은 생각 날 것이다. 나다니엘 호돈의 아내 이야기다. 어느 날 남편이 창백한 얼굴로 돌아왔다. 힘이 하나도 없고 마치 혼이 나간 사람 같았다. 아내 ‘소피아"는 심상치 않은 일을 예감하면서 물었다. “왜 그렇게 힘이 없어요?" 남편의 말 한마디는 절망적이었다. “나는 완전히 실패했어! 직장에서 해고되었어! 해고되었단 말이야." 그렇지만 소피아는 전혀 달랐다. 그녀는 상기된 얼굴로 소리질렀다. “이제 당신은 드디어 문학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나는 당신이 천재적인 작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언젠가는 당신이 명작을 남기리라는 것을…" 이렇게 말한 아내의 말 한마디가 남편의 자존심을 살려주고 사기를 높여 주었다. 호돈은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이렇게 해서 나온 작품이 불후의 명작인 ‘주홍글씨"다. 말이란 무엇일까. 성경에 보면,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있었고, 이 말씀이 하나님이시다"라는 구절이 있다. 그리고 이 말씀이신 하나님이 바로 그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셨다고 한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얘기다. 그 뜻을 다 실감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말이란 만물을 새롭게 하는 힘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천주교회에서 미사를 돕던 한 소년이 실수로 성찬용 포도주 잔을 떨어뜨렸다. 이를 본 신부는 화가 나서 소년의 뺨을 때리면서 소리쳤다. “저리가! 그리고 다시는 제단 앞에 오지 마라." 소년은 신부의 말대로 다시는 제단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후일에 그 소년은 공산주의의 대 지도자가 되어 나타났다. 바로 유고의 티토 대통령이다. 똑같이 성찬용 포도주 잔을 떨어뜨린 다른 소년이 있었다. 그러나 그 교회의 신부는 이해와 사랑이 듬뿍 담긴 눈길로 그 소년을 바라보며 “괜찮다 얘야. 너는 앞으로 참 좋은 신부가 될 거다."라고 속삭여 주었다. 이 소년은 그 신부의 말대로 하나님의 귀한 일꾼이 되었으니 그가 바로 유명한 대주교 ‘훌톤 쉰"이다. 사랑이 담긴 말 한마디가 사람을 일으키고, 저주가 담긴 말 한마디가 사람을 쓰러뜨린다. 이왕이면 우리 입술에 사랑과 축복의 언어를 담았으면 좋겠다. 부드러운 말, 고운 말을 담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성경의 말씀처럼 “선한 말은 꿀 송이 같아서 마음에 달고 뼈에 양약이 되기" 때문이다. 리플들을 읽고 있을 미국의 자매의 얼굴을 그려본다. 비록 힘들지만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소중한 한 마디 한 마디 때문에 얼마나 큰 힘을 얻을까. 정말, 때때로 인생은 말 한마디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