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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
<이정우 담임목사·구리 기쁨의 교회>

침묵으로부터의 소리 한 달간 산 속에서 살다왔다. 인적이 닿지 않는 작은 기도원에서. 지난 몇 년 동안의 분주했던 생활을 잠시 멈추고 숲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뒤안길을 반추하고 새 길을 묵상하고 싶어서였다. 참으로 유익하고 행복한 날들이었다. 산 속에서 주로 한 것은 기도였다. 기도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 두 가지 본질을 말해주고 싶다. 하나는 말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듣는 것이라고. 전자가 하나님께 나의 것을 내면으로부터 드러내는 것이라면, 후자는 하나님의 것을 내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듣지 못하는 기도는 헛된 것이다. 주지할 것은, 듣는 것은 반드시 침묵 안에서 이뤄진다는 거다. 나의 언어가 멈추지 않으면 내면으로 들어오는 것도 없다. 말과 침묵은 그래서 참 밀접하다.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말이 없는 침묵은 공허하고 침묵이 없는 말은 맹목이다. 그러므로 침묵이야말로 내면의 가치를 발견하는 길이라 할 수 있다. 한 노동자가 있었다. 어느 날 그는 큰 덤불 속에다 시계를 떨어뜨렸다. 너무 값비싼 것이었기에 그는 동료들과 부산하게 찾았다. 그러나 끝내 찾지 못했다. 그런데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왔을 때 어린 소년이 시계를 들고 있는 게 아닌가. “꼬마야, 어디서 찾았니?” 꼬마는 이렇게 대답했다. “예, 제가 덤불 위에 누워있는데 ‘째깍 째깍’ 소리가 나더군요.” 이것이 영혼의 비밀이다. 이 비밀대로 말하자면, 말이 많은 자는 결코 강자가 아니다. 동물원의 수컷 호랑이들은 곧잘 싸운다. 암컷과 먹이와 자리를 차지하려고. 재미있는 것은, 소리 큰 호랑이일수록 약한 놈이란다. 강한 놈은 오직 침묵과 위엄으로 제압한단다. 스파르타의 정치가 데마라투스가 공회석상에서 말 없이 침묵을 지키자, 그의 친구가 물었다. “여보게, 못나서 말을 못하는가 아니면 할 말이 없어서인가?”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했단다. “자네가 몰라서 그러네. 못난 사람은 절대 침묵을 지키지 못한다네.” 그러나 침묵이 그야말로 ‘의식의 진공상태’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시편에 “나의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라. 나의 소망이 그분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는 구절이 있다. 그렇다. 진정한 침묵은 한 영혼이 잠잠히 하나님을 바라는 것이다. 인생의 모든 해답이 그 분으로부터 나옴을 인정하고 침묵하며 기다리는 것이다. 예수님에게서 발견되는 놀라운 사실 하나는, 그 분은 홀로 있는 시간을 아주 많이 가졌다는 사실이다. 중요한 순간마다 항상 혼자 있으셨다. 특별히 공적인 사역을 하기 전에 광야에서 홀로 40일을 금식하셨다. 왜 광야로 가셨나. ‘광야’는 히브리어로 ‘미드바르’인데 ‘말하다(다바르)’라는 말에서 유래됐다. 누가 말한단 말인가. 그렇다. 하나님이다. 광야는 인간의 침묵 안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내면으로부터 들어오는 곳으로 활용됐다. 그래서 성경의 위대한 인물들은 대부분 ‘광야의 사람들’이었다. 그들 인생의 한 모퉁이를 침묵으로 보냈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침묵은 참 어렵다. 재미있는 우화가 이를 웅변해준다. 말을 하면 죽는다는 절대침묵의 동굴이 있었다. 하루는 바보 삼형제가 그 굴에 들어가면서 침묵을 맹세했다. 그러나 잠시후 큰 형이 “정말 이곳에서 말하면 죽을까?”하곤 죽었다. 그러자 둘째가 “것 봐, 말하니까 죽잖아.”하고 역시 죽었다. 그때 셋째가 자신있게 말했다. “나는 절대 말 안 할 거야.” 결국 셋째도 죽었단다. 사람 때문에 맘 상할 때, 하고 싶은 말을 멈추어 보라. 다른 사람이 나를 짓밟을 때,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내뱉고 싶은 말을 멈추어 보라. 답답하고 막막해 무엇이 목젖을 타고 올라올 때 꾹 삼키고 다시 내려보내라. 그리고 마땅히 바라보아야 할 대상을 간절히 바라라. 내면으로부터 들리는 세미한 음성이 들려올 것이다. 그러면 그 침묵으로부터의 소리를 경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