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6 (수)

  • 맑음동두천 30.0℃
  • 맑음강릉 28.9℃
  • 구름조금서울 30.8℃
  • 맑음대전 29.7℃
  • 구름많음대구 29.4℃
  • 구름많음울산 27.0℃
  • 구름조금광주 29.1℃
  • 구름많음부산 26.6℃
  • 맑음고창 29.5℃
  • 구름많음제주 26.1℃
  • 맑음강화 27.2℃
  • 맑음보은 27.6℃
  • 맑음금산 29.0℃
  • 구름많음강진군 28.9℃
  • 구름많음경주시 28.6℃
  • 구름많음거제 26.7℃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삶-종교칼럼
구리기쁨교회 이정우 담임목사
구름옷 입고 온 천사

지난 한 달간 산에서 지내고 온 후 식생활에 좀 변화가 생겼다. 산에서 배운 것인데, 상추에다 케일이나 치커리 혹은 당귀나 겨자잎 등을 싸 먹는 것이다. 건강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그 쌉쌀한 맛이 요즘 같이 밥맛이 떨어지기 쉬운 때에 그만이다. 특히 씀바귀, 즉 민들레 잎은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좋다. 요새는 그래서 씀바귀를 뜯으러 나가기도 한다. 그런데 어저께 길을 가면서 씀바귀 때문에 사뭇 놀랬다. 유심히 보니 보도블록이나 길가마다 거의 여지없이 이놈들이 있었다. 소음과 매연과 인적으로 인한 악조건에도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한 놈 때문에 탄성이 절로 나왔는데, 송곳구멍만한 작은 틈 사이로 뿌리를 내리고 왕성하게 자라 있었다. 기가 막힌 생명력이었다! 말 못하는 미물이지만, 생활고를 탓하며 생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꼬집는 것 같았다. 요즘 힘들다고 난리들이다. 그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한 가지 짚고 싶은 게 있다. 이것이 새삼스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생에 제일 흔한 게 이 고통이다. 부처님은 인생 자체를 고(苦)라 하셨다. 고멸성제(苦滅聖諦)의 방법이 다를 뿐이지, 인생이 고통이라는 가르침은 기독교도 같다. 고통은 인간의 자연스런 보편적 현실이다. 문제는 이 고통에 대한 해석이다. 고통은 하나님의 저주나 사랑의 결핍이 아니다. 오히려 고통에는 참으로 신비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하나님은 진리를 버리고 타락한 인생에게 고통을 허용하심으로, 그 보편적 고통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발견하고 다시 돌아오도록 하신다. 그래서 사람 만들고,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하신다. 이 경륜 때문에, 통과할 수 없는 고통이란 없다. 1947년 2월 8일,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의 백주년 생일이었다. 축하하러 모인 사람들은 에디슨이 죽었을 때 잠가 놓았던 그의 책상 서랍을 열었다. 거기서 나온 물건 중에 특별하게 보이는 종이가 한 장이 있었다. 그 종이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씌어 있었다. “캄캄한 곳에 떨어졌을 때는 요나를 생각하여라! 그는 그 캄캄한 뱃속에 떨어졌지만, 끝내 아무 이상이 없이 나오고야 말았다!” 그러나 사단은 고통 당하는 인생의 의지를 꺾어서 파멸로 이끈다. 영국의 위대한 크리스천 작가 C.S 루이스는 그의 ‘스크루테이프 편지’에서 악마들의 대화를 통해서 이 문제를 다루었다. 선배 스쿠르테이프가 후배 악마에게 인간을 유혹하는 법을 이렇게 가르쳤다. “ 인간을 쓰러뜨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있네. 의지를 자꾸 꺾는 것일세.” 고통을 당할 때마다 영혼의 옷깃을 여미며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자. 요즘 꽃을 좋아하면서 얻은 지식이 많다. 꽃의 수명을 연장하려면 꽃줄기를 일직선이 아니라 대각선으로 자른단다. 물을 흡수하는 면적이 넓어져서 싱싱한 꽃을 오랫동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병에 약한 꽃나무는 줄기를 대각선으로 자르고 그 자리를 불로 태운단다. 불로 태우면 물을 흡수하는 힘이 강해지고 나무의 부패도 막아 주기 때문이다. 병든 꽃에 가위를 대지 않으면 곧 시들고 다른 꽃들에게 전염시킨단다. 그래서 노련한 정원사는 꽃나무에 가위질을 해야 할 때를 안다. 하나님이 사람을 다루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하나님은 사랑하는 자들을 사람 만들기 위해서 줄기를 자르는 아픔을 허용하기도 하신다. 불같은 고통 속에서 따끔한 나날을 보내도록 하기도 하신다. 의지를 써서 구름속에 갇힌 인생 너머의 무지개와 태양을 보자. 성경 마지막 책엔 이런 알송달송한 구절이 있다. “내가 보니 천사가 구름을 입고 하늘에서 내려오는데 그 머리 위에 무지개가 있고 그 얼굴은 해 같았다.” 기쁨과 희망을 주는 나의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오는데 구름을 입고 있더단다. 그의 머리 위에는 무지개가 있고, 얼굴은 해 같이 빛을 발하면서. 당신은 혹시 당신의 천사가 입은 구름 옷만 보고 있지는 않은가. 그의 머리 위와 얼굴을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