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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 구리기쁨의교회 이정우 담임목사

“게으른 자의 길엔 사자가 있다”

방학이 끝나가면서 우리 아이들이 바빠졌다. 밀린 방학숙제 때문이다. 게으르지 말고 미리미리 하라고 그렇게 타일렀는데 어지간히 꼼지락거리더니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까 난리가 아니다. 에미의 불호령에 꼼짝없이 책상에 붙어있다. 꼴을 보니 안쓰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참 여러모로 기분이 복잡하다.
게으름 때문에 고통을 당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지난주에 나는 결국 사랑니를 뽑고야 말았다. 사랑니 때문에 다른 이가 상하고 있다는 진단을 받고도 몇 년 동안이나 이리 핑계 저리 핑계 대면서 미적거리다가 잇몸이 상하고 통증에 견디지 못하게 되자 마지못해 뽑았다. 벌써 끝냈어야 할 고통을 지금까지 끌고 와 몸살하는 꼴이 한심스럽다. 에구, 그 자식에 그 에비다.
요즘 좀 아프다. 사랑니 때문이 아니다. 묵상할 때마다, 하나님께서 게으름을 질책하시는 것 같아서다. 어저께는 서점엘 갔다가 이명박씨의 ‘신화는 없다’라는 책을 대략 훑었다.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와 비교할 수 없는 자신 때문에 괴로웠다. 그의 근면과 성실 때문이다.
그는 가난과 근면을 인생의 2대 자산이라 했다. 그는 매우 힘든 소년기를 보냈다. 밥 대신 술찌끼를 먹고 얼굴이 달아오른 채 등교해 선생님에게 혼나기도 하고, 학교다니며 리어카로 과일행상도 하고, 그 피곤 때문에 간염에 걸려 절망의 세월을 보내면서도 새벽 다섯시면 어김없이 일어나는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그에게서 ‘고속승진’이란 말을 떠올린다. 30대 사장,40대 회장을 지낸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는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새벽 다섯시면 눈을 떴다.어머니는 그 시각에 우리를 깨워 가정예배를 드렸다. 어머니에게 배운 근면이 고속승진의 밑거름이 됐다”고 술회한다.
독일속담에 “여우를 잡고 싶으면 닭과 같이 일어나라”는 말이 있는데, 이명박씨에게 딱 맞는 말이었다.
그렇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게으름만큼 인생을 파괴하는 것도 없다. 그것은 단순히 시간을 잃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잃는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예가 있다.
캘리포니아 연안의 몬트레이 마을은 오랫동안 게으름뱅이 펠리컨의 천국이었단다. 어부들이 고기를 씻을 때 잔챙이는 개펄에 버렸는데, 게으름뱅이 펠리컨들이 이것으로 공짜인생(^^)을 살았기 때문이다. 펠리컨들은 그렇게 살이 뒤룩뒤룩 쪄 갔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잔챙이 고기들도 상업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펠리컨들에게 더 이상 공짜가 없어졌다. 그런데도 펠리컨들은 먹이를 구할 생각을 않고 여전히 버려진 것만 찾아다니더란다. 결국 펠리컨들은 한 두 마리씩 굶어 죽기 시작했다. 이를 본 어부들이 궁리한 끝에 다른 곳에서 먹이를 스스로 잡고사는 펠리컨을 수입해 풀어놓았단다. 그제야 몬트레이 펠리컨들도 물고기를 잡기 시작하더란다.
몇 년 전에 이집트에 갔을 때, 사다트의 지도하에 사막을 옥토로 바꾸는 작업을 설명하던 가이드의 말이 생각난다.
사막이 처음부터 사막이 되는 것은 아니란다. 부지런한 손이 닿지 않기 때문이란다. 옥토라 할지라도 물이 없으면 사막이 되기 때문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본다. 부지런한 사람의 인생이 사막과 같이 될 리는 만무하다.
옛말에 “일등 답(畓)이 아니라 일등 작인(作人)이라”했다. 주인에 따라서 옥토가 되기도 하고 박토가 되기도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메마른 환경이라도 노력하는 사람이 있으면 분명히 달라진다. 성경 잠언에 “게으른 자는 길에 사자가 있다. 거리에 사자가 있다 하느니라”는 말씀이 있다.
근면하고 성실하게 일해서 인생을 바꾸어 가지 않고 핑계만 대면서 게으른 사람을 꾸짖는 말씀이다. 날도 서늘해져가니까 열심히 목회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