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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 이정우 구리기쁨의교회 담임목사


‘가문의 영광’(?)


“아빠 나 회장 됐어요!” 학교에서 귀가하며 외치는 아들놈의 소리다. 이번 학기에 선거에 출마해서 꼭 회장이 되겠다며 일기장에 도배를 하더니 꿈대로 된 모양이다. 나도 여간 기쁘지가 않았다. “야, 우리 자헌이 대단한데!” 난 번쩍 들어 안고 쓰다듬어 주며 맘껏 축하해 주었다. 순간 국산영화 제목이 생각이 났다. ‘가문의 영광’이라고.(^^)


회장을 해보는 것은 놈에게 좋은 점이 많을 게다. 자존감에도 좋고, 역할에 대한 긍지와 책임감도 기르며, 사람을 얻는 지혜나 특히 리더십을 체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아들이 이런 좋은 기회를 얻었다는 것은 여간 기쁜 일이 아니다. 문제는 어떻게 얻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저녁 먹은 후에 물었다. “너 회장이 어떤 자리라고 생각하니. 혹시 친구들보다 높은 자리에 앉았다고 으시대고 싶지는 않니?” 겸연쩍게 웃던 놈은 “솔직히 그래요 아빠”하고 시인했다. 잘못하면 아들 버리겠다 싶어 일장 훈시를 시작했다. 골자는 자리를 이용해서 남을 부리는 자가 되지 말고, 섬기는 자가 되라는 얘기였다.


얼마 전에 교통지도하던 순경들을 보았다. 순찰차를 몰고 지나가면서 주정차 지도를 하는데 확성기에다 대고 어찌나 고압적인 목소리를 내던지…. 시민을 위해 봉사하라고 맡긴 직책인데, 주인을 종 다루듯이하는게 참 불쾌했다. 그때 난 청년 시절에 읽었던 윤흥길 씨의 단편소설 ‘완장(腕章)’이 생각났다.


한 동리의 저수지를 관리하라고 나라에서 한 사람에게 완장을 채워주었다. 그가 참 순하고 성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완장을 차면서부터 이 사람이 붕괴돼 간다. 저수지에 오는 사람들이 그의 완장을 보고 꾸벅꾸벅하자 자기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양 고압적으로 돌변한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그는 완장의 마력에 취해간다. 그리고 결국 모든 인심을 잃고 파멸한다.


모든 직책이나 자리는 다른 사람을 섬기라고 주어졌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이용해 남을 부리다가 자신을 파괴하는가.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교회에서 목사나 장로나 집사 같은 사람들을 ‘사역자’라 부르는데, 여기서 ‘사역’이란 말은 그리스어로 ‘디아코네오’ 즉 ‘섬김, 돌봄’이란 말에서 나왔다. 교회의 ‘집사’도 ‘디콘’이라고 하는데, 같은 말에서 나왔다. 다 섬기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그러나 요즘 이런 직분들은 계급처럼 돼 버렸다. 섬기는 일은 하지 않고 명예로 생각하는 경향들이 농후하다.


기독교를 ‘3S’로 나타낼 수 있다. 첫째는 Salvation이다. 기독교는 사람을 구원하는 종교이다. 둘째는 Sanctification이다. 기독교는 사람을 성화시키는 종교다. 셋째로 Service이다. 기독교는 사람으로 섬기도록 이끈다. 구원받아 성화돼 남을 섬기는 것, 이것이 기독교다. 그래서 스코틀랜드 전통에는 “섬기기 위하여 구원받았다”(Saved to serve)란 말이 있다. 섬김 없는 신자는 아직 구원을 모르는 삶이라는 교훈이다.


예수님은 장차 사도가 될 제자들이 ‘섬기는 자’가 되기를 원하셨다. 그래서 하루는 제자들을 다락방에 모으셨다. 그리고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다. 베드로가 안된다고 펄쩍 뛰었을 때, 예수님은 “내가 너를 씻기지 아니하면 네가 나와 상관이 없느니라”고 하셨다. 그리고 “너희는 섬김을 받으려 하지말고 오히려 섬기는 자라 되라”고 당부하셨다.


인생은 테니스 경기와 같다. 서브(serve, 섬김)를 잘 하지 않고는 이길 수 없다. 서브는 경기의 승패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능력이다. 서브 하나로 많은 점수를 거둬들이는 경우도 많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서브를 잘 해야 한다. 잘 섬기는 사람이 잘 사는 사람이다. 잘 섬기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이다. 잘 섬기는 사람이 큰 사람이다. 아들놈이 회장이 된 게 ‘가문의 영광’이 될지, ‘가문의 수치’가 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