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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칭찬회의(이정우 구리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재미있는 얘기를 읽었다. 지난 추석 귀향 길에 K 지점장은 정말 짜증이 났다. 나름대로 안 밀릴 시간대를 골라 출발했는데 4시간이나 가도 까마득했기 때문이다. 아내와 얘들은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안 밀릴 것이라고 장담했잖아요 당신, 그런데 왜 이래요?” “아빠 우리 휴게소에 다시 들렀다 가요 빨리요.” “소변이 마려운데 아유 미치겠네.” “아이 짜증나”…. K 지점장도 서서히 불이 나기 시작했다.


이때 언젠가 읽었던 카네기의 ‘칭찬회의’가 생각나더란다. 그래서 “얘들아 우리 칭찬회의 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우리 진우에 대해서 아빠가 먼저 칭찬을 하지”하면서 먼저 칭찬을 했다. “우리 진우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하니까 아빠는 성실한 진우가 너무 좋아.” 이어서 아내가 입을 열었다. “엄마는 진우가 항상 친구들하고 잘 지내니까 너무 고마워.” “나는 오빠가 나하고 잘 놀아주니까 정말 좋아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점점 감동의 시간으로 변하더란다. 칭찬 회의가 시작된 지 6시간이 더 걸려서 고향집에 도착했다. 그러나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가족 간에 화목과 사랑이 퐁퐁 솟더란다.


에리히 프롬은 “큰 소망과 기대로 시작되는 기업 중에 사랑만큼 실패를 잘 하는 것도 없다. 이 기업은 열심이나 목표만 가지고는 안 된다. 기술이 필요하다. 바로 칭찬이다.”고 했다. 칭찬은 귀로 먹는 보약이다. 자존감을 높여주고 의욕을 심어주며 숨겨있던 재능을 발견하게 해준다. 상처를 치유해주기도 하며 소망을 갖게 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모든 영양소가 다 들어있다.


사람들은 다 칭찬 받기를 갈망한다. 왜 그럴까? 거기에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링컨의 얘기다. 암살 당하던 날 밤, 그의 주머니에는 그의 리더십과 행적을 칭찬하는 신문기사 조각들이 있었단다. 그를 싫어하던 많은 세력 앞에서 그는 자신을 칭찬하는 신문기사들을 보면서 위로와 용기를 얻었던 것이다.


칭찬은 내가 어떤 존재인가를 알려주는 하늘의 음성이다. 그래서 칭찬으로 자라지 못한 사람처럼 불행한 사람도 없다. 19세기 전설적인 화가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에게 어느 날 한 노인이 스케치북을 들고 찾아와서 최근의 자신의 그림들이라며 평을 간청했다. 로제티가 보니 불행히도 전혀 가능성이 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부드럽게 평을 해 주었다. 실망한 게 역력했지만, 노인은 마음을 다잡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잠시 후 노인은 다른 낡은 스케치북 하나를 더 꺼내더니 그것도 한번 봐 달라 했다. 자기가 아는 한 어린 화가 지망생의 그림이라며. 로제티는 노인의 진지한 태도에 이끌려 그림을 살폈다. 놀랍게도 아주 재능이 뛰어난 그림들이었다. 흥분한 로제티는 아주 탁월한 가능성이 있다며 당장 자신에게 보내달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노인은 충격을 받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사실은 이 그림들도 제 것입니다. 어렸을 때 그린 것들이지요. 만약 그때 당신 같은 화가가 이런 칭찬을 해 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하지만 아무도 그런 말을 해 준 사람이 없었기에 저는 포기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노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남편들과 아내들에게 설문을 한 결과다. 제일 기분이 좋더냐고. 결과가 아주 재미있게 나왔다. 남편들은 아내의 인정과 칭찬을 받을 때라고 대답한 사람이 제일 많았고, 아내들 역시 남편의 인정과 칭찬을 받을 때라고 대답한 사람이 제일 많더란다. 그런데도 불행한 사람은 여전히 불행하고, 행복한 사람은 여전히 행복하다. 성경에 “여러분은 덕이 되고 칭찬할 만한 것을 골똘히 생각하라”라는 말씀이 있다. 나도 아내와 아이들을 놓고 골똘히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그리고 저녁 식사 후에 ‘칭찬회의’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