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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와인 여행기 - 신원치재의 이색 투어 - 허인식 (메리트치과의원 원장)

“드넓은 포도밭서 해방감 만끽”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은 새로움이다. 현재의 나와는 다른 그들만의 새로운 무엇인가를 경험하기 위해 나는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현지 한국인 교포 가이드를 통해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으레 한국인의 눈에 비친, 그리고 우리가 지불한 최저 요금의 굴레에 의해 왜곡된 새로움일 뿐이다. 부실한 숙박, 돈벌이에 급급한 가이드, 현지 한국인 식당, 이 모두가 때로는 여행을 더 이상 새롭지 않은 것으로 만들 곤 한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여러 가지 면에서 기존의 단체 여행과는 사뭇 다른 경험을 나에게 주었다.


와인을 주제로 한 이번 여행은 와인에 대해 무지했던 나에게 와인에 대해 많은 지식을 제공해 주었고, 한 병의 와인이 탄생하기 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과 정성이 담겨져야 하는 지를 알게 해 주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넓은 포도밭에서의 한적한 오후는 좁은 진료실에서 환자들과 시름해야 하는 나에게 해방감을 맛보게 해주었다. 무엇인가에 쫓기듯 늘 바쁘게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일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그들의 삶의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도착 후 다음날 Heraeus Kulzer 회사를 방문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회사 박물관이었다.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무너져 내렸던 회사 건물의 한쪽 벽을 그대로 박물관의 외벽으로 사용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발전시켜 나가려는 그들의 진지함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문화 속에서 과거와 현재가 완전히 단절돼 있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해 보았다. 무엇이든 오래된 것은 완전히 허물고, 세계 최대, 세계 최고의 건물을 지어야 속이 풀리는 우리들의 모습이 일종의 문화적 열등감은 아닐까 생각했다. 건물을 보수할 때 오래된 건물의 외벽은 그대로 놔두고 내부만을 현대적으로 수리하는 그들의 문화적 정신을 깊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번 여행을 아주 재미있게 보낼 수 있었던 것은 Heraeus Kulzer 사의 아시아지역 매니저인 Chalakani와 그의 부인이 우리에게 보여준 관심과 헌신 때문이었다. 타고난 유머와 재치의 소유자인 Chalakani는 여행기간 내내 우리를 위해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마다하지 않았다. 우리가 귀찮아 할 정도로…. 그들은 그들의 안내가 없었다면 가볼 수 없는 곳으로 우리를 인도했고, 매번 색다른 음식을 체험하도록 우리에게 배려했다. 그리고 그의 부인인 GiGi 역시 낯선 이방인들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아무리 사업상 하는 접대라지만 진심으로 상대방을 위하려는 그들의 모습은 나의 마음속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참으로 많은 것을 보았고, 참으로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외국을 여행한 뒤에 남는 일종의 공허함이 이번에는 덜 한 이유는 “나 거기 가 봤어” 수준이 아니라 독일 현지인과 함께 그들의 문화를 보다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좋은 여행은 무엇을 보는가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여행을 하는가?” 그리고, “누구를 만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번 여행을 통해 더 깊이 깨달았다. 여러모로 이와 같이 좋은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준 신원치재와 Heraeus Kulzer에 감사드리고 여행기간 내에 굳은 일을 도맡아서 고생한 최통섭 대리, 홍성화씨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