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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 이정우 구리기쁨의교회 담임목사, ‘최소한’의 인생

지난 일요일, 예배를 마치고 아내와 한강 둔치에 나갔다. 오랜만의 햇볕이 너무 따사로워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맘껏 햇볕을 즐기고 돌아왔다. 올 여름은 햇볕이 재대로 든 날이 없었던 것 같다. 하루건너 비가 온 것 같다. 듣자하니 올 농사가 흉년일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작황에 필요한 최소한의 일조량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인지 시중의 과일이 영 예전 같지가 않다. 맛이 없다. 생각해 보았다. 평소 우리는 햇볕 따위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그 햇볕의 ‘최소한’이 우리에게 공급되지 못하면, 그 ‘최소한’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최대한’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있어야 할 ‘최소한’의 가치를 반드시 지키는 것, 이것도 큰 지혜가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최대한’을 소망한다. 최대한의 능력, 최대한의 성공, 최대한의 보수, 최대한의 명예…. 이 ‘최대한’의 가치 때문에 반드시 있어야 할 ‘최소한’의 가치를 탐탁하게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의 가치를 잃으면 그 인생도 맛없는 과일이요 흉작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반드시 있어야 할 ‘최소한’의 가치가 무엇일까. 부드러운 미소 한 조각, 따뜻한 말 한마디, 연민의 눈물 한 방울, 대지를 적시는 가랑비, 아침에 내리는 이슬, 골방에서의 기도 한 시간…. 이러한 것들은 ‘최소한’의 가치들에 불과한 것들이다. 그러나 부드러운 미소 한 조각이 ‘최대한’의 너털웃음보다 더 효과적일 때가 많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최대한’의 설교보다 더 감동적일 때가 많다. 이것이 인생이다.


또 연민의 눈물 한 방울이 ‘최대한’의 자선사업보다 진지할 때가 많고, 가랑비가 ‘최대한’의 소낙비보다 식물에게 더 도움이 될 때도 많다.


아침에 내리는 이슬이 ‘최대한’의 생수보다 더 상쾌함을 가져다 줄 때도 많고, 골방에서의 기도 한 시간이 ‘최대한’의 논리보다 더 설득력이 있을 때도 많다. 이런 것이 빠져 버린 인생은 그야말로 맛없는 결실이다.


 고난의 먹구름에 젖어 있다가 한 뼘의 푸른 하늘을 발견하는 것, 이것은 ‘최소한’의 행복이지만 참 소중한 것이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 공사판에서 하루 종일 땀흘려 받은 일당, 이것은 ‘최소한’이지만 참으로 소중한 재산이다.


할 게 없는 자신을 한탄하던 인생이 어느 순간 발견한 자신만의 작은 능력, 이것은 ‘최소한’이지만 가장 소중한 능력이며, 실패를 거듭하던 인생이 성취한 작은 성공, 이것은 "최소한"의 성공이지만 가장 소중한 성공이다. 이것을 발견한 인생이 맑은 하늘을 얻는다.


 생각해 보자. ‘최대한’인줄 알았는데 ‘최소한’인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최소한’인줄 알았는데 ‘최대한’인 경우가 또 얼마나 많은가. 많은 물질과 높은 자리가 ‘최대한의 복’인줄 알았는데 그것이 ‘최소한의 행복’인 경우가 허다하고, 하늘의사의 수술 가위가 ‘최소한의 복’인줄 알았는데 그것이 결국에는 ‘최대한의 행복’의 원천인 경우가 또 얼마나 허다한가. 인생은 가장 따뜻한 여름에 가장 안락한 의자에 앉아서 ‘가장 싸늘한 추억’을 만들기도 하고, 가장 추운 겨울에 가장 차가운 의자에 앉아서 ‘가장 따뜻한 추억’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므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의 가치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내 인생을 발견하게 하는 ‘최소한’의 가치라면 더욱더 소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그것은 어쩌면 최소한의 구미(口味)밖에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기에 길이 있다. 하나님이 그것을 보기 때문이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지극히 작은 것(최소한)에 충성된 자는 큰 것(최대한)에도 충성되고, 지극히 작은 것(최소한)에 불의한 자는 큰 것(최대한)에도 불의하니라.” ‘최소한’의 인생에 눈을 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