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상대가치 점수당 단가 협상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과연 올해는 의약계 단체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간의 협상이 제대로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해와 재작년에 난항을 거듭한 끝에 서로 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제시한 단가로 결정난 적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의약계의 대표들이 모여 상대가치 점수당 단가를 조정하는 요양급여비용협의회(이하 협의회)가 2001년에 발족된 이래 두차례에 걸친 공단과의 협상이 원만히 이뤄져 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만일 올해에도 협상이 결렬된다면 3년 연속 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자칫 협상제도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어 심히 우려된다.
어차피 팽팽하게 대립구도로 갈 수밖에 없는 협의회와 공단간에는 태생적인 부조화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 같이 보인다. 그럴 경우에 건정심에서 이를 조정해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사실 이러한 조정과정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적정 수가가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협의회측은 적정 수가를 위한 단가를 제시하려고 할 것이고 공단은 그와 무관하게 재정 안정화에만 꿰 맞춘 단가를 제시할 것이기에 이 둘이 만나 합의점에 도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가정 아래 보면 결국 항상 단가를 결정할 수 있는 기구는 건정심 밖에 없어 보인다. 즉 협의회와 공단의 협상과정은 그저 통과의례적이고 수순을 밟는데 지나지 않고 실질적인 단가결정기구는 건정심이 되는 것이다. 양 기구의 팽팽한 대립구도로 볼 때 항상 결과는 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의약계나 공단은 이같은 일이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올해는 기필코 양자간의 협상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럴 일이 없겠지만, 공단측에서도 가장 최저 단가를 제시해 협의회측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도록 한 후 건정심의 조정을 기다리지는 않을까 하는 의혹이 일지 않도록 먼저 협상에 충실히 임해야 한다. 협의회측도 탄력적인 단가안을 가지고 나올 필요가 있다. 최선이 안될 땐 차선의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필요한 일은 상호 신뢰 쌓기이다. 공단은 아직 대다수 의약인들이 보험재정 보호만을 염두에 두고 의약인들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기관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공단이 국민이 내는 보험료를 제대로 쓰도록 관장하는 기관이라는 점에는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의약인들이 받아야 할 적정 수가를 무너뜨린다면 신뢰는커녕 불신만 쌓여 갈 것이다.
보험 재정을 안정시키려는 다양한 대책없이 손쉽게 의약인들의 주머니를 터는 식으로 안정화 대책을 잡으려다가는 끊임없는 갈등만 조성될 뿐이다. 다행히 공단에서 보험재정이 흑자로 돌아섰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이젠 보다 합리적인 단가안이 결정돼 상호 웃는 얼굴로 올해를 마무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