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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 구리 기쁨의 교회 이정우 담임목사 "플라시보 효과"

플라시보(Placebo, 僞藥)효과


어떤 사업가와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런데 그를 처음 볼 때부터 그 몸과 얼굴이 참 좋아 보였다. 건강해 보이기도 하고, 싱글벙글 웃는 게 꼭 무슨 좋은 일이 있는 것 같았다. “요즘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습니까?” 궁금해서 물었다. 그러자 동석한 사람이 대신 설명해 주었다. “아 이 사람요? 요즘 잘 나갑니다. 하는 일마다 잘 되거든요. 아마 요즘 돈 버는 재미가 솔솔 할 겁니다” 이 설명에 만족스럽다는 듯이 그는 웃고 있었다.


나는 돌아오면서 생각해 보았다. ‘돈을 벌면 왜 얼굴이 좋아질까. 부자가 되면 얼굴이 밝아지는 게 정말 진리일까. 이 양자간의 관계를 이렇게 필연적으로 연결시키는 게 옳은 것일까’하고. 왠지 개운치가 않았다. 그래서 한참을 뒤숭숭한 잡념에 사로잡혔다. 생각을 정리한 후, 나는 이런 식으로 세상에 속지 말자고 마음을 다 잡았다.


‘플라시보 효과’란 말이 있다. 플라시보란 어떤 약속에 특정한 유효성분이 들어있는 것처럼 위장해 환자에게 투여하는 약을 말한다. 불면증 환자에게 소화제를 수면제로 위장해 주면 환자가 편안하게 잠드는 경우가 있단다. 또 열이 나는 환자에게 증류수를 해열제로 위장해 의사가 주사하면 실제 열이 내리기도 한단다.


돈 때문에 얼굴에 희망과 죽음의 그림자가 교차되는 것은 혹시 이 효과와 상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돈이 인간의 희망과 죽음의 요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상당수의 사람들은 이것 때문에 희망과 절망을 오가며 산다. 이것은 빛의 세계로부터 온 진리가 아니라, 어둠의 세계로부터 온 속임수에 대한 맹신의 결과로 나타나는 효과가 아닐까.


플라시보 효과는 사람의 생사(生死)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다. 프랑스의 한 여인은 살충제를 먹고 자살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죽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녀가 마신 것은 살충제가 아닌 독이 없는 다른 액체였단다. 그녀가 마신 액체는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는데도 그녀는 살충제를 먹었다는 심적인 충격 때문에 죽은 것이다.


또 담석증 수술을 받아야 하는 한 여인이 있었다. 이 여인은 그러나 마음이 너무나 약했다. 자신의 배에 칼을 댄다는 사실 때문에 몹시 두려워했다. 드디어 수술을 해야하는 시간이 돼 수술대 위에 눕혀 놓고 차가운 알코올로 배를 소독하자, 그녀는 자기의 배에 수술 칼을 대는 것으로 착각해 쇼크사 했다는 얘기도 있다.


소련 철도국 직원 한 사람이 냉동차 속에 갇히게 됐다. 추위와 함께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를 그는 벽에 이렇게 기록했다. “아아, 몸이 식어진다…. 그러나 기다리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몸이 얼어온다. 아아, 이제 정신이 몽롱해진다. 나는 지금 죽어가고 있다” 얼마 후 직원이 냉동차의 문을 열었을 때에 그는 죽어 있었다. 그런데 냉동차는 고장이 나서 내부의 온도가 섭씨 13도였고 산소도 충분히 있었다.


영국 군대에 거카 사단(Gurkhas)이라는, 그 용맹함으로 유명한 군대가 있다. 이들에게 이런 일화가 있다. 2차대전 중 이들은 버마전투에 투입됐다. 그런데 한 병사가 실종됐는데 4개월만에 1천4백 마일을 걸어 부대로 돌아왔다. 그간 정글을 헤매며 수백 번 죽을 고비를 넘겼는데 그는 낡은 지도 한 장을 보이며 그것이 살아오게 된 기적의 씨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나중에 자세히 보니 이 지도는 정글지도가 아니라 런던 시내의 관광 안내도였다!


플라시보 효과는 인간이 ‘믿음으로 사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그래서 소화제를 먹고도 잠잘 수 있고, 증류수를 맞고도 열이 떨어질 수도 있다. 수면제로 믿고 해열제로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경은 “믿음대로 되느니라”는 말씀을 금과옥조로 전하고 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고, 이것을 이용한 것이 플라시보 효과다. 문제는 그가 무엇을 믿는가이다. 당신은 무엇을 믿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