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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 구리기쁨의 교회 이정우 담임목사 / 나는 내 새장이 좋다

기쁜 소식을 들었다. 교회 한 자매의 남편이 돌아왔다는 얘기다. 외국에서 귀국했다는 말이 아니다. 지난 3년 동안 다른 여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계속하며 가정을 소홀히 하고 아내 속을 태우다가 산전수전 겪은 후에 그래도 조강지처밖에 없다며 돌아왔다는 얘기다.


지난달까지 이혼을 하니 마니 하면서 별거하던 모습을 지켜보았던 나로서는 여간 기쁘고 감사하지가 않다. 그 놈(^^)이 눈물로 용서를 빌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요즘 하루 평균 130쌍의 부부가 이혼소송을 낸단다. 그런데 이 통계의 특징 중의 하나는 결혼 3년 미만의 ‘신혼부부’가 절반 가까이 돼 젊은 부부의 이혼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이혼 부부 중 절반(49%)이란다. 그리고 청구사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배우자의 부정행위란다. 이것도 절반(49%)이다. 그야말로 바람난 대한민국이다.


타락한 인류의 가슴에는 한 배우자로 만족하지 못하는 독버섯이 자라고 있다. 결혼할 때,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변치 않겠다고 맹세하지만, 이 독버섯이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내고 꽃을 피우면 향기에 취한 사람들은 한 샘에서만 물을 마시려 하지 않는다.


마치 새장에 갇힌 새처럼 못 견뎌한다. 그 결과로 자신이 얼마나 비참하게 될 지도 모르면서.
봅 바틀렛이라는 탐험가의 재미있는 경험담이다. 외국을 여행하고 있었을 때, 그는 아주 희귀한 새 몇 마리를 얻게 됐다. 그는 본국에 가져가고 싶어서 새장에 넣어 가지고 배를 탔다. 망망대해를 건너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중의 한 마리의 새가 유난히 시끄럽게 굴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질 못하고 새장을 발톱으로 할퀴고 머릴 찧으면서 밖으로 나가려고 계속 푸덕거렸다. 그 모습이 하도 측은해서 봅 바틀렛씨는 그 새를 날려 보내주기로 맘먹었다. 그래서 새장 문을 열어 주었다. 자유를 얻은 그 새는 망망대해 한 가운데로 날아갔다. 자유를 얻은 날개로 창공을 가르며. 이제 새장은 텅 비었다. 그런데 몇 시간 후에 봅 바틀렛씨는 자기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날아갔던 새가 다시 배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날개의 힘이 완전히 빠져 겨우 날아오더니 갑판 위에 그냥 툭 떨어졌다. 바틀렛씨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망망대해에 발붙일 곳이 없었기 때문임을…. 쉴 곳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대해에서 견디지 못하고 다시 죽기 살기로 돌아온 것이었다.


봅 바틀렛씨는 그 새를 다시 새장에 집어넣었다. 그러면서 한 가지를 깨달았다. ‘새장의 의미’였다. 이제 더 이상 새장은 그 새의 감옥이 아니었다. 안식처였다. 끝없는 바다를 건널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굶주린 배를 채울 수도 있고 편안하게 거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새장이었다. 새장은 바로 구원선이었던 셈이다. 결혼생활도 이런 의미가 아닐까.


내가 결혼한 지 이제 15년이 됐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세월, 아내와 살면서 깨달은 게 있다. 아내는 어느 한 순간에 내게 왔지만 ‘아내의 의미’는 아직도 다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청명한 지혜의 빛이 살아있던 시절에 아담이 하와에게 던졌던 고백, “당신은 나의 살 중의 살이요 뼈 중의 뼈입니다”라는 말의 의미를 나는 아직도 더듬고 있다.


만약 내가 조금 안다면, 그것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 위에서 얻은 것이다. 하나님은 내게 최고이고, 최상이고, 최선이고, 최적인 것으로 공급하신다는 믿음이 그것이다. 나의 생각으로는 아마 아담이 이런 의미로 “당신은 나의 살 중의 살이요 뼈 중의 뼈입니다”라고 고백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러므로 배우자에 대한 나의 고백은 바로 나의 신앙고백이다. 그래서 나는 기꺼이 나의 새장 안에 있어도 좋다며 고개를 끄덕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