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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 구리 기쁨의 교회 이정우 담임목사 "지금은 여기가 에덴동산이다"

한 청년으로부터 장문의 편지를 받았다. 자신의 처지를 비탄해하며 눈물짓는 사연이었다. 얼마 전까지 신앙생활을 잘 하던 청년이었고, 또 내가 사랑했던 젊은이였기에 편지를 읽는 나의 눈가에도 이슬이 맺혔다. 그는 참 좋은 청년이었다. 그러나 경제적인 고통을 성실과 정직으로 참아내지 못하고 부정한 길을 선택하므로 결국 비극을 불러들였다. 그는 지금 옥중에 있다. 편지 속의 한 구절이 나의 심장을 도려내는 듯 하다. “목사님, 저는 또 에덴을 잃어버리고야 말았습니다.”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가면 ‘신들의 정원(Garden of gods)이라고 부르는 곳이 있단다. 신들이 자신들의 정원으로 만들어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그렇게 이름 붙인 곳이다. 그런가 하면 콜로라도 주에 있는 Arches 국립공원에는 악마들의 정원(Devils Garden)이라고 부르는 곳도 있는데, 정말 누가 봐도 악마들이 만들어 놓은 것처럼 흉측하고 볼품 없는 자연 조각품들로 돼 있단다. 이 두 정원은 모든 사람에게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러나 신화보다는 실화로 얘기하고 싶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아담과 하와를 위해 정원을 만들어 주셨다. 에덴동산이 그것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부족함이 없는 곳, 축복만이 흘러내리는 곳, 웃음과 기쁨과 행복만이 펼쳐지는 패러다이스였다. 사람들은 이곳을 궁금해한다. “어디에 에덴동산이 있었을까?”하고. 그래서 학자들은 보물찾기하듯 물색하기 시작했고 대략 짐작을 하거나 확신할 만한 지역을 짚어내기도 했다.


그런데 난 한 청년의 대답이 훨씬 더 실감난다. 이 청년은 어린시절의 집 주소를 대면서 “나의 에덴은 제가 살던 어린 시절 집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무슨 말일까. 그의 설명인즉, 그는 어렸을 때 캔디가 너무 먹고 싶었단다. 그래서 어머니가 나간 사이에 몰래 돈을 훔쳤다. 그는 그 때만큼 갈등을 느낀 적은 없었다고 했다. 훔치는 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았지만, 캔디의 유혹은 결코 그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는 생애 처음으로 가장 중대한 선택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결국 그는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캔디를 선택하고야 말았다. 캔디는 맛있었다. 하지만 먹고 난 후, 그는 어머니한테 혼날 것이 두려워서 화장실에 들어가 숨었다. 그는 죄책감과 수치심에 몰래 숨죽여 울었다. 그리고 그 날부터 어머니와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 뒤로 고향집을 찾아가 보았지만, 고향집은 더 이상 에덴이 아니더란다. 결국 그는 영원히 에덴동산을 잃어버리게 됐다는 것이다.


에덴동산이 어떤 곳인가. 그곳에는 온갖 좋은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육체와 마음을 위해서 모든 것이 준비된 곳이다. 웃음과 행복이 강줄기를 타고 흘러 들어오는 곳이다. 그러나 그곳에는 금단의 열매도 함께 있다. 그리고 아담과 하와를 유혹하는 사단도 있다. 그러므로 에덴 동산은 갈등도 있고 죄가 똬리를 트는 곳이기도 하다. 선택에 따라서 젖과 꿀이 흐르기도 하고 죄와 절망이 덮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이 바로 에덴이다. 죄를 선택하고 하나님을 피하는 사람은 언제든지 그곳을 잃어버리는….


당신은 에덴동산을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역사적으로 에덴동산은 동방의 어디인가에 있었다. 그러나 에덴은 또한 오늘 나의 삶의 한 복판이 아니겠는가.


우리의 삶의 자리는 하나님께서 기쁨과 축복과 평화가 넘치도록 고안하신 곳이다. 지금 여기(Now and Here)가 에덴동산이다. 아아, 이것을 아는 것이 얼마나 복된 일인가! 그러나 기억하라. 우리는 또한 ‘지금 여기’서 유혹을 받고 갈등을 느끼며 살고 있다. 검은 세계가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바로 ‘지금 여기’가 지옥과 천국이 갈리는 곳이다.


답장을 써야겠다. 염려하지 말라고. 하나님께서는 아직도 사랑하고 계시다고. 그래서 ‘지금도 거기’에 에덴을 창설하시고 천국을 맛볼 수 있도록 인도하고 계심을 알라고. 그리고 기도해야겠다. 이제 에덴을 다시는 잃어버리는 사람이 되지 않게 해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