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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ber Community] 5살 아이 진료후의 난감함 kafadent2002@kornet.net

진료가 거의 끝날 즈음해서 5살 짜리 꼬마아가씨를 진료하게 됐습니다.
어금니하나가 ‘팍삭" 썩었더군요. 그래서 같이 온 어머니께 ‘이 지경이 되도록 왜 방치해두셨냐?" 했습니다. 바빠서 그랬다고 그러시더군요. 이해 해야죠. 제가 아니라 5살 꼬마가 치과치료가 처음이더군요. 처음부터 치수절단술을 시행할 정도로 많이 썩어 있어서 참 난감했습니다.


치료를 다음으로 연기하고 아이에게 치과에 적응할 시간을 주고도 싶었지만, 오늘 치료를 반드시 해야 된다는 얼굴로 바라보시는 어머니에게 차마 말 할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공포에 떨고 있는 꼬마에게 농담도 걸고, 이쁜이 구경 좀 하자고 꼬드기다가 결국엔 붙잡고 치료를 하게 됐습니다. 치수절단술을 시행하고 앞에서 다음 약속을 잡아 드릴 것이라 이야기하고 주의사항 이야기해드리고 이것저것 설명하고 아이 잘 달래 주라 하는데까지 이 어머니 인상을 한번도 풀지 않으시더군요.


잠시 후 접수대에서 알게 됐습니다. 그 어머니께서 영수증을 요구하셨고, 자기도 모 병원에서 간호사(정형외과 조무사라고 했답니다)로 일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아이 치료하는데 치료비가 비싸냐고 따졌다는 것과 자기 친구도 치과를 하니 알아보고 다음에 와서 따진다고 씩씩거리고 가셨다는 겁니다.


씁쓸하죠. 정성을 다해서 치료하고 정당한 치료비를 요구하는 것이 죄입니까?
일반적으로 초진에다 6세미만 아동의 경우에 더 비싸며 거기다 치수절단술에 마취에 방사선 촬영까지 했으니. 간혹가다 이런 분들이 계십니다. 비참해지죠.


이런 경우를 당해 보신 분들이라면 이해하실 겁니다. 일반인들도 성심껏 무슨 일을 했는데, 다른 사람이 그 일을 오해하고 따지면 참 언짢아지실 겁니다. 제가 치과의사인만큼 제 자식들은 절대 충치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자식들과 제가 충치가 생긴다면 무슨 낯으로 환자들에게 설명하고 주의를 드리겠습니까? 그래서 제 자식들을 사랑하는 마음 반 치과의사로서 떳떳하고자 하는 마음 반으로 제 아이들 구강건강관리에 철저를 기합니다. 아이들은 죄가 없습니다. 주변의 어른들 탓이지요.


‘빠질 이빨이지요?’ 이렇게 물으시고 안도의 한숨을 쉬시는 부모님들의 심정을 한편 이해하지만, 가슴이 미어져야 마땅할 일에 안도의 한숨이라니요.
아이가 받아 온 불편과 고통, 그리고 치료시 받을 스트레스를 너무나 가볍게 생각하시는 것이 아닌지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우리 치아에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것이 그리도 가볍게 보신 유치인 경우에도 말이죠.


아무튼 목요일에 오시기로 돼 있는데, 무어라 따지실 지 답답합니다. 또 제가 어찌 대처해야 하는지….
저는 단지 저의 치료에 치료를 받으신 분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지기를 바랄 뿐인데, 아이들에게는 무서운 치과의사선생님이 아닌 이빨에서 벌레 잡아준 고마운 아저씨로 기억되고 싶을 뿐인데 현실은 냉혹하네요. 어떤 선배님 말씀이 떠오르네요. ‘치과의사가 충치하나에도 호들갑을 떨어야 환자들이 그나마 그 중요성을 조금은 알게 된다’ 맞는 말씀입니다.


치과의사가 치아를 사랑하지 않으면 치아를 사랑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치아에 입이 있다면 역시 위에 선배님 말씀입니다만, ‘제발 살려주세요, 네?’ 하는 소리에 너무나 시끄러워 잠도 못 주무실 분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어른들이 이럴진대 아이들은 오죽 할까요. 답답한 마음에 두서없이 글을 써 보았습니다. 그래도 너무도 답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