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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구리기쁨의교회 이정우 담임목사/2달라 98센트의 인생

벌써 세밑이다. 늘 그렇지만 이맘때면 지난 한 해를 곱씹어 보고, 지나 온 뒤안길을 반추(反芻)하곤 한다. 늘 똑같이 이어지는 시간이지만 의식적으로 이렇게 토막을 내 놓고 매듭을 풀 듯이 정리해 보는 것은 참 유익하다. 과거를 돌이키고자 함이 아니다. 일상에 묻혀 관성(慣性)의 수레에 잠들어 있는 의식을 깨워서 한 발 더 내딛게 되는 인생 걸음의 의미를 자각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반복하다 보면 낡아지는 육체의 이면에서 건진 영혼의 진주들이 반짝이는 것을 알게 된다.


친구의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함께 장사를 지낸 적이 있다. 공동묘지에 묻어드렸는데, 일손이 부족하여 인부 몇 명을 사서 마무리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나는 인부들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들은 사람을 장사하는 일을 하면서 자기들끼리 장난도 치고 막걸리를 마시면서 흥얼거렸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사람을 묻는데도 흥이 나는가 보죠?” 그러자 인부 한 사람이 이렇게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뭐 사람이 별거요?”


죽은 사람을 흙에 묻는 일을 기계적으로 수도 없이 해 온 저들에게 있어서 어쩌면 인간은 ‘별 것’ 아닌 것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물질적인 면에서만 본다면 인간은 정말 ‘별 게’ 아닌 수도 있다.


생화학자 돌프 빈더 박사에 의하면 확실히 그렇다. 그는 이렇게 말했단다. “체중 1백 50파운드의 사람을 물질로 따져 본다면 그 값은 겨우 2달러 98센트에 불과하다. 한 주먹의 석회와 못 한 개 정도의 철, 찬 잔 하나 정도의 설탕과 비누 다섯 장을 만들만큼의 지방, 그리고 성냥 다섯 갑을 만들 수 있는 인과 그 외 몇 가지의 물질이 더 나오는데 이것을 몽땅 값으로 따지만 2달러 98센트가 된다.”
게다가 인생을 짧다. 그래서 스핑크스 전설은 의미심장하다. 사람의 얼굴과 사자의 몸을 가진 스핑크스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수수께끼를 내어 맞히지 못하는 사람은 모두 죽였단다. 그 수수께끼는 이렇다. “아침에는 네 다리로 걷고, 점심때에는 두 다리로 걸으며, 저녁때에는 세 다리로 걷는 게 무엇인가?” 답은 사람이다. 아기 때에는 기어다니니 네 다리이고, 커서 두 다리로 걷다가 늙으면 지팡이를 짚고 다니니 세 다리인 셈이다. 이 수수께끼의 진짜 교훈은, 다리가 몇 개인가 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이렇게 짧은 생을 산다는 것이다.


찰라 같은 인생을 생각할 때, 인간의 가치는 정신적이고 영적인 것이어야 함을 느낀다.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보존하고 가꾸기 위해 실로 엄청난 노력을 퍼붓는다. 셀 수도 없는 의약품과 보약제, 화장품, 의류, 레저와 스포츠 등. 문명이 발전할수록 이런 것들이 이렇게 복잡해지고 많아진다는 사실은 인간이 꼭 지혜로운 동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시골에서 들은 옛날 이야기다. 시골 출신으로 과거에 합격하여 벼슬길에 오른 어느 한 사람이 감사로 부임해 왔다. 아침에 세수를 하는데 세숫대야 옆에 놓인 팥가루를 보고 용도를 잘 몰라 그냥 약처럼 먹어버렸다. 이를 본 하인이 속으로 킬킬거리며 웃다가 한 하인이 감사에게 말했다. “그것은 먹는 것이 아니라 얼굴을 닦는 것이옵니다.” 감사는 속으로 아차 했으나 시치미를 떼고 호통을 쳤다. “이놈, 내가 그걸 모르는 줄 아느냐! 너희는 얼굴만 닦을 줄 알지만 나는 마음을 닦는다.” 우스갯소리에 담아 겉 사람보다 속 사람이 소중함을 가르치고 있는 재담이다.


누가 나에게 “신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오늘은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찰라 같은 2달러 98센트의 인생이 영혼을 닦기 위해 눈을 돌리는 것이다.”라고. 벌써 2003년도 서녘에 걸린다. 피차 지난 일년을 돌아보며 내면의 삶을 위해 어떻게 살아왔는지 반추(反芻)해 보고 새해를 맞이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