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8 (금)

  • 맑음동두천 30.7℃
  • 맑음강릉 30.2℃
  • 맑음서울 31.2℃
  • 맑음대전 32.2℃
  • 구름조금대구 34.1℃
  • 맑음울산 25.6℃
  • 구름많음광주 29.7℃
  • 구름조금부산 25.3℃
  • 맑음고창 28.7℃
  • 흐림제주 26.6℃
  • 맑음강화 27.2℃
  • 맑음보은 31.0℃
  • 맑음금산 31.3℃
  • 구름많음강진군 27.2℃
  • 맑음경주시 29.1℃
  • 구름많음거제 26.2℃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종교칼럼]삶-구리기쁨의교회 이정우 담임목사/죄책감이란 은혜

맘이 아프다. 괴롭고 힘들다. 어제 밤엔 거의 한숨도 자지 못했다. 오늘이 일요일이라서 목회자에게 있어서 토요일의 숙면은 필수인데 밤새 뒤척이다 날을 샜다. 설상가상이랄까. 불편한 마음으로 아침을 먹어서인지 그만 얹혀 버렸다. 약을 먹었는데도 소용없었다. 예배를 인도하기 전에 결국 토하고야 말았다. 참 힘든 하루였다.


죄책감 때문이다. 최근에 나는 목사로서 말도 안 되는 죄를 짓고야 말았다. 어떤 사람을 내가 오해하고 잘못 대한 것이다. 아무리 허물 많은 사람일지라도 품어주라 세움 받은 목자가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성숙치 못한 입술로 되레 상처를 입혀버린 것이다. 죄책감이 밀려왔다. 직접 만나서 사죄하려 했지만 교회 일 때문에 기회를 얻지 못했고, 죄책감은 시간만큼 자란 칼끝이 돼 나를 찌르고 있다.


세익스피어의 맥베드가 생각난다. 그는 왕을 죽이고 스스로 왕이 되었다. 그런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가책 때문이었다. 그는 그만 스스로 병이 들었다. 의사에게 좀 고쳐달라고 했다. 그러나 의사는 “이 병은 제가 고칠 병이 아니라 당신 스스로 고쳐야 합니다.”라고 했다. 멕베드는 탄식한다. “오, 아라비아의 향수를 다 가지고서도 내 손 하나를 말끔히 씻을 수 없단 말인가!”


기억이 희미한데, 데오도링이란 왕이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나라를 잘 다스린 좋은 왕이었다. 그러나 말년에 혈기를 못 이겨서 무죄한 신하 둘을 억울하게 목매달았다. 얼마 후에 왕은 자신의 실수를 알았고 그는 후회 속에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요리사가 특별 음식을 준비해 왔다. 생선요리였다.
왕은 그 생선의 빨간 눈을 보았을 때 깜짝 놀란다. 그 눈알이 자기가 죽인 신하의 눈알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또 생선의 날카로운 이빨을 보고 기겁을 한다. 자기가 죽인 두 신하가 원한의 이를 드러내고 있는 것같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왕은 너무나 무서워서 “나는 오늘 몸이 불편해서 저녁을 먹지 못하겠다.”고 말하고 침상에 돌아가 잠을 청했다. 그런데 그는 그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삼일 후에 죽고 말았다. 내가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성경의 이런 말씀이 떠올랐었다. “악인은 좇아오는 자가 없어도 도망하나 의인은 사자같이 담대하니라.”


그렇다. 죄를 얻은 사람은 늘 불안하다. 누가 쫓아와서가 아니다. 스스로 쫓기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하나님의 섭리가 있다. 하나님은 사람을 지으실 때, 우리가 죄를 지으면 양심의 고통을 받도록 만드셨다. 죄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 고통의 추적을 피할 수는 없다. 이 선명한 양심의 통증을 통해 하나님은 마음의 악한 상태를 알려주시고 죄 앞에 정직하게 서도록 하신다. 그러므로 이것은 하나님의 은혜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은혜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은 죄를 선행이나 공덕으로 덮으려 한다. 내가 토해낸 죄의 오물이 아무리 많아도 덮어버릴 공덕의 담요가 더 넓으면 괜찮을 것이라고 스스로 속는다.


수양대군처럼 말이다. 수양대군은 형 문종의 충신들을 무참히 살해하고 또 조카 단종을 죽이고 왕위에 올랐다. 이 사람이 마음이 평안했을까. 아니다. 그는 평생 불안과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살았다. 그런 그가 그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한 일이 있다. 지금 파고다공원 자리에 절을 지었다. 자신의 죄악을 공덕으로 덮으려고 한 것이다. 아아, 이것이 얼마나 사악한가. 또 이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때때로 교회에서도 이런 식으로 설교하는 경우를 볼 때 어리석음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


죄란, 종교라는 빗자루를 가지고 마음을 청소한다고 씻어지는 게 아니다. 성경에 “죄의 삯은 사망이라”했다. 죄는 삯을 요구한다. 그것은 사망이다. 그래서 난 내일 새벽에 예수님께로 간다. 그 안에서 죽은 나를 발견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살기 위해서이다. 나는 곧 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