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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구리기쁨의교회 이정우 담임목사/잠의 위력

잠의 위력

 

연말부터 새해 첫 주까지 4주 연속 특별새벽기도회를 가졌다. 교회에서는 연말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교우들을 위해 특별새벽기도회를 열곤 한다. 지나 온 세월을 반추해 보고 새해를 잘 설계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좋은 의미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니다. 대개 피곤을 무릎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연말연시니 더욱 바쁜데다 새벽기도까지 빠지지 않고 참여하려니 여간 힘들지가 않은 모습들이다.


목회자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설교도 더 준비를 잘 해야하고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다. 그래서 잠을 설칠 때가 많다. 특별히 난 새벽기도가 너무 힘들다. 소위 올빼미과에 속하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부터 습관이 돼서 지금까지 고생이다. 이번 특별새벽기간에는 잠이 부족해서 정말 힘들었다. 새삼스럽게 잠의 위력을 체험한 기간이었다.


돈키호테를 쓴 세르반테스는 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시를 읊었다. “잠을 주시는 분은 위대하시다. 잠은 마치 외투와 같아서 생각과 근심과 모든 것을 다 덮어 주는 구나. 잠은 굶주린 자에게는 음식이요, 목마른 자에게는 마실 물이며, 추운 자에게는 열기이며, 더운 자에게는 시원함이로다. 잠든 목동과 왕을 같게 만들었고 바보와 현명한 자를 같게 만드는구나. 그러나 잠은 두렵다. 죽음과 흡사하구나.”


해가 저물고 밤이 오면 잠을 잔다. 좀 엉뚱하고 바보 같은 질문이지만 곱씹어보면 참 신기하다. ‘생물은 왜 잠을 자는 것일까. 잠이란 무엇일까.’하고. 평범한 것에 대한 사색은 결코 평범한 결론에 이르지 않는다. 인생의 깊은 진리와 맞닿아 있다. 잠도 마찬가지다.


잠은 정신과 육체가 잠시 운동을 쉬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단순히 ‘정지’하는 것이 아니라는데 신비가 있다. 회복을 주기 때문이다. 마치 건전지가 충전효과를 얻듯이 우리는 가만히 모든 것을 중지함으로 새로운 상태를 회복한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늘 분주히 수고함으로 충전하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인간을 회복시키는 방법은 잠시 중단하는 것이다. 모든 활동을 잠시 멈추는 것, 이것이 놀라운 회복을 불러들인다.


그러므로 잠은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큰 에너지인지를 알게 한다.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일을 계속하면 인간은 다 쓰러지기 때문이다. 제 풀에 쓰러지고 만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으면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는 진리, 이것이 잠의 이치이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자신을 중단하는 것, 이것이 에너지의 원천이라는 역설, 이것은 참 재미있는 깨달음이다.


우리는 낮 시간에 열심히 자신으로서 수고한다. 그런 다음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나머지 시간을 창조자의 조화 앞에 자신을 내어 맡겨야만 한다. 이것은 곧 창조주 앞에 자신을 내어놓는 시간이다. 밤은 자신을 창조주 앞에 내어놓아야 하는 시간이다. 이 부분에서 단순하게 순복하고 내어놓는 자에게 온전한 휴식과 회복이 주어진다. 누구든지 온종일을 자기 마음대로 살도록 태어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성경에는 “하나님께서는 사랑하는 자에게 잠을 주신다”는 말씀이 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이 사랑하시는 자에게 겸손하게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하루의 일정부분을 기꺼이 내어놓는 일에 대해서 익숙하게 하신다. 그리고 이 일을 통해서 온전한 휴식을 갖도록 하시고 새로운 생기로 채움을 받고 아침을 맞이하도록 은혜를 베푸신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주신 참 좋은 선물 중의 선물은 바로 잠이다.


이렇게 자신을 하나님께 맡기고 내어놓을 때, 행복이 만들어진다. 태초에 수놓아진 에덴이 어떻게 조성됐는지를 생각해 보라.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에덴동산은 아담이 깊은 잠을 잘 때 완성된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에덴이 심하지 손상된 사람일수록 깊은 잠이 필요하다. 물론 지금까지 내가 물리적인 잠 이야기만을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주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