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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구리기쁨의교회 이정우목사/내버려두는 훈련

명절 다음날 처남 내외가 왔다. 참 반가웠다. 넉넉지 못한 형편에도 오순도순 살아가는 얘기에 빠져버린 아내는 저녁준비를 잊어버렸고, 우리 두 부부는 외식을 즐기자며 나가게 됐다. 아이들이 문제였다.


집에 남게 된 아이들이 마음에 걸렸던지 아내는 피자 한 판과 콜라를 주문했다.
아이들은 신이 났다. 그렇게 즐거운 저녁을 보냈다. 처남 내외를 보내고 돌아와 보니 작은놈이 콜라병을 들고 나에게 달려왔다. 좀 따달라는 것이었다.


아직 콜라를 먹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는 것이었다. 이유인즉 병따개를 찾지 못해서 피자만 먹고 아빠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중학교에 올라가는 놈이 있는 데로 이런 것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꼴을 본 나는 속으로 화가 치밀었다. 아이들을 강하게 키워야 한다고 목청 높여 설교하던 일이 기억나 얼굴이 화끈거렸다.


미국 캘리포니아 연안에 위치한 몬트레이 마을은 오랫동안 펠리칸들의 천국이었단다. 어부들이 잡아 올린 물고기를 씻을 때 잔챙이는 모두 던져버렸는데 이것이 펠리칸들에게는 기가 막힌 간식거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펠리칸들은 이 만족스러운 환경 속에서 살을 찌우며 게을러져 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 잔챙이들이 상업적으로 활용되면서 펠리칸들은 더 이상 주워 것이 없게 됐다. 그런데도 펠리칸들은 스스로 먹이를 구할 생각은 않고 여전히 버려진 것만 기다렸다. 결국 펠리칸들은 굶어죽기 시작했다.


이것을 본 어부들은 생각 끝에 좀 멀리 떨어진 남쪽 지방으로부터 먹이를 스스로 잡을 줄 아는 펠리칸을 몇 마리 수입하여 풀어 놓았단다. 새로 온 이 펠리칸들이 굶어 죽어가던 친구들에게로 들어가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새로 온 친구들이 능숙하게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을 보고 그 굶주렸던 펠리칸들도 물고기를 잡기 시작했던 것이다.


내가 아이들을 영 잘 못 키운 것 같다. 우리 아이들도 먹여주는 것에만 너무나 익숙해진 것 같은 강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 좀 ‘내버려두는 훈련’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교육법은 이 문제에 대한 두 가지 원칙을 가르쳐 준다. 하나는 돌아보는 것이요, 둘째는 내버려두는 것이다. 그들은 철저하게 이 두 가지에 있어서 균형을 갖추려고 노력한단다.


독일의 정치적 통일과 제국 건설에 공적이 큰 ‘철의 제왕’ 비스마르크의 청년시절 이야기다. 어느 봄날 친구와 함께 사냥을 나간 비스마르크는 갑자기 숲 속에서 들려오는 친구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소리나는 쪽으로 달려가 보니 그 친구가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친구는 구해달라고 필사적으로 울부짖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비스마르크는 바라보고만 있었다. 오히려 “이봐! 내가 자넬 구해줄 것 같나? 오산일세. 사실 난 자네를 겉으로만 친구로 대했을 뿐이지 오래 전부터 자넬 좋아하지 않았어. 기회가 없어 지금까지 살려두었지만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하네”라고 말했다.
친구는 이 말을 듣고 죽을 힘을 다해 늪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원망과 분노에 가득 차 비스마르크에게로 다가왔다. 이때 비스마르크는 가까스로 빠져 나와 숨을 헐떡이는 친구를 힘껏 껴안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여보게! 미안하네. 평소에 자네가 너무 남에게 의지하는 생활습관을 갖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던 차에 이 기회를 통해 스스로의 힘으로 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네.”
성경에 보면 하나님께서 만드신 역사의 위대한 인물에게 나타나는 독특한 특징 하나가 있다.
대부분 광야학교 출신들이라는 것이다. 인생의 한 때를 광야에 내버려져서 보냈다는 점이다.
모세도 다윗도 세례요한도 바울도…. 물론 하나님의 아들 예수도 마찬가지다. 정말 위대한 인물들은 이 ‘내버려두는 훈련’의 과정에서 만들어지는가 보다.


나도 올해에는 이 훈련을 좀 시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