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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한마음선원 주지 혜원 스님(조계종 중앙종회의원)질병(疾病)과 하나 되어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은 철학부터 다르다고 한다.
서양의학은 ‘네 탓에 아픈 것’이고, 동양의학은 ‘내 탓에 아픈 것’이라고 한다. 즉 서양의학은 병원균이 내 몸을 공격했기 때문에 아프게 된 것이고, 동양의학은 내 몸이 약해 병원균의 공격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프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질병을 바라보는 눈이 다르니 그 해결책도 다를 수밖에 없다.
우선 서양의학에서는 병이 나면 그 원인인 병원균을 죽이는 방법을 쓴다. 아무리 무서운 병원균이라도 죽일 수만 있다면 병이 낫는다는 원리다. 다만 병원균을 죽이다 보면 내게 이로운 다른 것들까지 죽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각종 균을 죽이는 항생제·암세포를 죽이는 방사선 등이 그 예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동양의학에서는 병이 나면 내 몸을 튼튼하게 하는 방법을 쓴다. 아무리 무서운 병원균이라도 내 몸이 그것을 이길 수 있다면 병이 나지 않는다는 원리다. 그래서 서양의학에 비해 보약이 발달했나 보다.
그렇다면 이를 바라보는 불교의 시각은 어떨까. 서양의학은 그르고 동양의학은 옳다고 할까. 아니면 동양의학은 그르고 서양의학은 옳다고 할까.


한마디로 부처님의 자리에서는 선악의 시비가 없다. 또한 너와 나라는 분별도 없다. 따라서 네 탓에 아픈 것도 아니고 내 탓에 아픈 것도 아니다. 다만 내 몸을 구성하고 있는 인연들(오장육부 혹은 오장육부를 이루고 있는 세포들)이 서로 하나임을 알고 조화롭게 지낸다면 ‘병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을 것이요, 티격태격한다면 붙는 것이다. 또한 들고 나는 인연들(병원균을 포함한)과도 하나임을 안다면 붙지 않을 것이요, 모르고 배척하면 붙는 것이다.


오래 전, 한 청년 법우가 이런 체험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는 오랫동안 두통으로 시달려 왔다고 했다. 병원에 가서 검사해 보니 뇌에 작은 종양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단다. 수술해도 나을 것이라고 장담하지 못한다는 의사 말에 이 법우는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날따라 유난히 머리가 아파 울다가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머리 속 종양이 보이더라는 것이다. 종양은 그가 아파하는 만큼 함께 아파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꼭 안아주었단다. 그러면서 그동안 병 혹은 종양을 원망하고 물리치려 했던 마음을 참회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종양과 내가 둘이 아님을 알아차리는 것이요, 종양이 나의 또 다른 모습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할 때 비로소 종양이 종양이 아니고, 병이 병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그날 그 법우는 아주 오랜 만에 단잠을 잤다고 했다.
흔히 우리 몸을 소우주(小宇宙)라고 한다. 우주의 운행원리가 우리 몸에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우주의 운행 원리란 질서이며 조화이다. 우리 몸의 운행 원리 역시 질서이며 조화이다. 세포들간의 질서와 조화, 오장육부간의 질서와 조화, 들고나는 인연들간의 질서와 조화이다.
질서와 조화는 그러나 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나를 고집하지 않고 상대와 내가 둘 아님을 인정할 때 가능한 일이며, 내가 전체이고 전체가 나임을 인정할 때 가능한 일이다. 이와 같이 전체로서 하나가 될 때, 우리는 질병뿐 아니라 외부의 고통에서도 자유로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