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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의 여행스케치>
20년만의 폭설을 맞으며 걸었던 함박눈 트레킹

정선 자연학교에서 보낸 꿈같은 하룻밤 이야기
모닥불을 피우고 고등어를 굽고 감자, 고구마를 호일에 싸면서 즐거운 정담을 나누는 사이 늘 그랬던 것처럼 모닥불의 불씨는 사그러 들고 토요일 오전, 이번 주말에 눈이 내릴 거라는 예보를 접하고 타이어 체인을 챙기면서 생각했습니다. 정말 일기예보처럼 눈이 많이 내릴까? 눈이 온다는 것에는 항상 두 가지 희비가 교차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멋진 설경과 귀경길 정체의 두 가지 면이죠. 이번 경우는 두 가지를 애누리 없이 완전하게 경험한 일정이 되었습니다. 알싸한 추위 속에서도 정선자연학교로 향하는 트렉커들의 표정은 밝기만 했습니다. 이상하리 만치 시원스럽게 뚫린 영동고속도를 경유하여 도착한 정선자연학교에는 미리 시나리오 작업을 하기 위해 오신 이미례 감독님 일행들이 있었습니다. 모닥불을 피우고 고등어를 굽고 감자, 고구마를 호일에 싸면서 즐거운 정담을 나누는 사이 늘 그랬던 것처럼 모닥불의 불씨는 사그러 들고 찜질방 버금가는 자연학교 방에서 편안한 잠자리를 청했습니다. 일요일 아침 눈을 뜨면서 우리 일행 모두는 아이들로 변신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폭설을 맞으며 눈사람을 만들고 차 지붕에 올라 내리는 눈을 받아 먹으며 모두 동심의 세계로 돌아갔습니다. 눈밭을 이리 저리 구르는 트레커들의 모습을 보니 왠지 강아지 생각이 나더군요. 늦은 아침으로 떡국을 배불리 먹고 자연학교에서 정선으로 이어지는 조양강가 옛길을 따라 트레킹을 나섰습니다. 무릅까지 푹푹 빠지는 순백의 처녀지를 밟으며 고갯길을 넘으면서 장난기가 발동한 우리 모두는 인간 썰매도 타고 눈밭 레스링, 뒤집기도 한판 하면서도 속옷까지 스며드는 냉기를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후에 정선역 앞에서 짬뽕을 먹으면서야 온통 물에 젖은 우리의 몸을 확인했죠. 옛길을 따르던 우리들은 정선선 철로 위로 올라섰습니다. 누군가가 철길로 걸으면 벌금을 내야한다는 말이 귓가에 스쳐갔지만 어느 누구하나 겁내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우리들은 눈 속에 취해있었다고나 할까요? 철로변 담벼락에 서로의 이름을 큰 글씨로 써놓으면서 “누구 바보”하면서 키득키득 웃는 모습들이 순수한 눈과 별 다를게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철로를 따라 정선역 앞에 도착하여 따뜻한 짬뽕국물로 추위를 녹인 우리는 구절리로 향하는 정선선 기차를 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정선역 대합실 난로가에 쭈그리고 앉아서 폭설로 연착된다는 안내방송을 들으며 양말과 장갑, 신발을 말렸습니다. 증산에서 출발했다는 확인 안내가 나오고 폭설을 뚫고 기차가 도착했습니다. 얼마전 비둘기호는 사라지고 통일호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나전, 아우라지를 거쳐 구절리까지 가는 동안 가본 적은 없지만 눈이 많이 내린다는 일본의 “눈의 나라”라 불리는 사뽀로 생각이 나더군요.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해 있었습니다. 들판도 강도 논도 밭도 집도 말이죠. 멀리 보이는 굴뚝의 연기를 보고야 비로소 “저것이 집이구나”할 정도였으니까요. 혼자 사시는 노인분들 걱정도 문득 되더군요. 오는 길은 그야말로 “귀경길 정체의 진수”라고나 할까요? 길인지 아닌지 구분이 가지 않는 국도에서 끊어진 체인을 세 번이나 갈아 끼우면서 차 바닥을 들락날락 거리기를 수 차례, 진부 톨게이트에 도착하니 안도의 한숨이 나오더군요, 그래도 거기까지는 좋았습니다. 예상치 않게 잘 빠지던 고속도로가 문막부터는 장난이 아니더군요.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곳이 대관령이 아니길 천만다행이었습니다. 무려 12시간에 거쳐 서울에 도착하니 새벽 동이 훤히 터 오더군요. 세수도 못한 얼굴과 좁은 차안에서 선 잠을 잔 탓에 모두의 얼굴은 푸석푸석 껍질이 일어날 정도였지만 함박눈과 자연을 만끽했던 우리들의 가슴은 훨훨 타오르는 모닥불같이 훈훈 하였답니다. 정선 자연학교에서 보낸 꿈같은 하룻밤은 그렇게 지나갔답니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시면 오지여행, 테마여행 전문 여행클럽 ‘트렉코리아’에 문의하세요 전 화 / (02) 5400-840, 655 홈페이지 / www.trek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