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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한마음선원 주지 혜원 스님(조계종 중앙종회의원)중생과 부처가 둘이 아니니

 

 

부처님 당시에 유마 거사라는 분이 있었다. 유마힐 거사라고도 알려진 이 분은 출가하지 않고 속세에 있으면서 깨달음을 얻은 분이다.
이 유마 거사가 앓아눕자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문병을 다녀오도록 하셨다.
이 때 유마 거사는 ‘내가 병이 든 것은 중생이 병이 들었기 때문’이라는 유명한 말을 한다. 이 말은 중생이 아프기 때문에 자신이 아픈 것이므로 중생이 병고에서 벗어나면 자신도 병고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말이다.


이 일화는 부처와 중생이 하나라는 ‘불이(不二)법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불이’란 법의 실상(實相)에는 부처와 중생, 삶과 죽음, 옳고 그름, 너와 나라는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 일체 만물만생이 하나라는 뜻이다.
딸 다섯을 낳고 아들을 낳은 노부부가 있었다. 그런데 그 아들이 태어날 때부터 큰 장애를 안고 있었으니 아들 낳은 기쁨을 누릴 새가 없었다. 기쁨을 누리기는커녕 평생의 한이 될 대못을 하나 쾅 박은 셈이었다.


그 딸들이 꼭 한 번 와서 부모님을 위로해 달라고 해서 가보니 아들 모습이나 부모 모습이나 다를 게 하나 없었다. 아들은 오랜 침상 생활에 욕창이 생겨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고, 그런 아들을 평생 수발한 늙은 부모의 모습 또한 문드러지고 문드러져 있었다. 그야말로 자식이 아프니 부모가 아픈 것이요, 중생이 아프니 부처가 아픈 것이다.


그런데 유마 거사가 말한 중생이란 유마 거사 몸 안의 중생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몸은 여러 기관과 장기들로 이뤄져 있다. 그 기관과 장기는 수많은 세포들로 이뤄져 있고. 이 기관과 장기들 혹은 세포들이 아프면 전체가 아프다. 따라서 유마 거사가 아픈 것은 유마 거사 몸 안의 중생들이 아픈 것이요, 그 중생들이 병고에서 벗어나면 유마 거사도 병고에서 벗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중생들이 병고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얼마 전에 한 어린이 법우가 치과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 말이 양쪽 어금니 여섯 개나 썩었으니 주사를 열두 대나 맞아야겠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 어린이 법우는 이들에게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동안 맛있는 것, 단 것만 좋아하고 자기 전에도 양치질을 하지 않아 이들을 아프게 한 데 대한 미안함이었다. 그래서 눈을 감고 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미안해, 이들아. 그동안 내가 너희들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좋고 맛있는 것만 밝혀서. 하지만 이제부터는 무엇을 먹을 때마다 너희들 생각을 할게. 먹은 다음에는 잘 닦아주고.’그런 마음으로 주사를 맞으니 아픈 것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치료 받은 후에도 아프지 않아 진통제도 먹지 않았다고 한다.


의사 선생님이 심한 통증이 올 테니 그 때 먹으라고 진통제를 처방해 주었는데 하루가 다 가도록 통증이 오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이들과 내가 둘이 아님을 알고 순수하고 진실하게 마음 낸 것이 고통을 녹여준 것이었다.
내 몸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공식하고 공용하며 공생하며 생사를 반복한다. 그들은 각자의 아(我)가 없다. 심장 위 간 대장 소장 팔 다리가 일하되 ‘내가 제일이다. 내가 일을 가장 많이 한다.’는 생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저절로 잘 돌아가며 그래서 한마음인 것이다. 이와 같이 모든 중생들이 한마음이 된다면, 즉 둘이 아님을 안다면 기필코 병고에서 벗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