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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한마음선원 주지 혜원 스님(조계종 중앙종회의원)회향의 공덕


작년 한 해 동안 로또 복권 열풍이 불었다. 그 액수가 이제까지의 액수에 비할 바가 아니어서 평소 복권에 관심 없던 사람들까지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복권을 사면서 사람들은 일등에 당첨됐을 때의 감격을 상상할 것이다. 만약 일등에 당첨된다면 앞으로의 삶은 풍요롭고 안정되리라 싶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일등에 당첨된 사람들을 살펴보면 풍요롭고 안정되기는커녕 고통스럽고 불안한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자살·이혼·알코올 중독·재산분쟁 등으로 자신은 물론 가정까지 망가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시기의 차이가 있지만 대략 복권 당첨자의 3분의 1 정도가 파산한다고 하니 그 이유가 뭘까?


얼마 전, 어린이 법우들이 로또 복권에 대해 하는 말을 우연히 들은 적이 있다. 만약 로또 복권에 당첨되면 어떻게 하겠냐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엄마에게 주겠다고 하거나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을 사겠다고 하기도 했다. 그러다 한 법우가 불쑥 불우이웃 돕기에 내놓겠다고 하자 너도 나도 그러겠다고 했다. 내심 기특한 생각이 들면서도 실제로 당첨면 정말 그럴까 싶어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어린이들이니까 그런 말이라도 하지 어른들 같으면 어림도 없는 소리일 것이다. 그러니까 복권 당첨이 자살·이혼·알코올 중독·재산분쟁 등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옛날에 어느 가난한 선비가 절에서 과거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하루는 절 뒷마당에서 산책을 하다가 무심히 막대기로 발밑의 흙을 헤집어 보았다. 그러자 금이 가득 든 항아리 세 개가 나왔다. 선비는 잠시 생각하다가 항아리를 도로 파묻었다. 그리곤 다시 방으로 돌아와 여느 때처럼 글을 읽었다. 그러다 과거 시험이 임박해져 집으로 돌아갔는데, 얼마 후 주지스님이 지나가다 들러서 하는 말이 절에 불이 났다며 한숨을 쉬었다. 주지스님의 말에 선비는 절 뒷마당에 묻혀 있는 금 항아리를 일러주며 그것으로 절을 다시 지으라고 했다. 대신 그 비용을 낱낱이 적어 달라고 했다.


그 후 선비는 여러 해 떨어지기만 하던 과거에 장원급제해 관직에 나가게 됐다. 그런데 무슨 까닭인지 녹봉을 받을 때마다 꼬박꼬박 치부책에 적는 것이었다. 그것을 주지스님이 적어준 것과 비교해 보곤 했는데, 정승에 오른 지 얼마 후 마침내 두 치부책의 금액이 일치하게 됐다. 그러자 선비는 가족들을 모아놓고 사직의 뜻을 밝혔다.


“정승에 오른 지 얼마나 되셨다고 사직을 말씀하십니까”
어리둥절해 하는 가족들에게 선비는 옛날 절 뒷마당에서 발견한 금 항아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곤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이 까닭 없이 분에 넘치게 얻게 된 재물은 자칫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나온 자리에 되돌려놓고 분수에 맞을 만큼만 취한다면 어찌 재앙이 되겠느냐. 또 노력한 대가로 취한다면 어찌 까닭 없이 얻게 된 재물이라 하겠느냐. 그런데 이제 부처님께서 내게 주신 복과 내가 노력한 것이 일치됐으니 그만 물러나야 되지 않겠느냐.”
불교에 회향((廻向)이라는 말이 있다. 공덕을 되돌린다는 뜻으로 되돌리는 대상은 한마음, 즉 전체의 자리이니 작은 이익 대신 큰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선비는 회향을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있겠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잠시 잠깐의 쾌락은 누렸겠지만 그 이상은 맛보지 못했으리라.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도 이와 같은 회향 정신을 알고 있다면 결코 자살이나 이혼은 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알코올에 중독 될 리도 없을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