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30 (일)

  • 구름많음동두천 26.5℃
  • 구름많음강릉 23.5℃
  • 흐림서울 24.9℃
  • 흐림대전 25.7℃
  • 대구 27.3℃
  • 흐림울산 27.1℃
  • 흐림광주 24.3℃
  • 부산 24.1℃
  • 흐림고창 23.7℃
  • 흐림제주 27.2℃
  • 구름조금강화 23.8℃
  • 흐림보은 24.8℃
  • 구름많음금산 23.8℃
  • 흐림강진군 24.5℃
  • 흐림경주시 28.7℃
  • 흐림거제 23.5℃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종교칼럼]삶-한마음선원 주지 혜원 스님(조계종 중앙종회의원)/피할 수 없다면...

피할 수 없다면…

 

이마에 흐르는 땀이 여름이 다가 왔음을 말해준다. 어느 새 ‘더위’를 호소하는 나를 보면서, ‘항상’하지 않음을 다시 실감한다.
고통과 괴로움은 인간들의 원초적 조건이라고 한다. ‘쾌락과 즐거움’은 마치 이런 조건을 극대화하기 위해 존재하는 듯, 좀처럼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래서 동서양의 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인생은 어차피 부자유한 것, 삶은 어차피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했던 것일 게다. 인간 뿐 아니라 생명을 가진 모두 존재들은 이 원초적 조건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될 수 있으면 고통과 괴로움을 피하려고만 한다.
물론 고통과 괴로움은 피하려고 해서 피해지는 것도, 얻으려 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벗어나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몸부림일 뿐이다.


오히려 고통의 근원을 직시해 제대로 이해하고 납득하면 고통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니다. 고통의 조건을 알면 더 이상 조건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근원을 직시하는 쪽 보다는 이를 외면하거나 막는데 일생을 바친다. 일찍이 진시황은 이 원초적인 조건을 거슬러 불로장생을 얻기 위해 온갖 수단 방법을 동원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일반인의 수명에조차 못 미치는 49살까지 밖에 살지 못했다.
‘병을 미워하고 증오하는 사람에겐 더 잘 붙는다’는 말처럼 수명에 민감했던 만큼 진시황제는 단명을 자초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속담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결되지 못한 숙제는 외면한다고 피해질 수 없으며 더욱 옹골차게 달라붙게 됨을 말해준다.
‘피할 수 없다면 하나가 되라’
최근 ‘자궁근종’ 제거수술을 받은 신도의 얘기rt다. 수술 후 마취가 깨면서, 그 통증이 허리를 오그라뜨리면서 죽어가는 개미, 모기의 영상처럼 떠오르면서 그들의 아픔과 동일시되는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순간 그동안 수 없이 꼬이는 개미가 징그럽다는 이유만으로 물을 붓거나 손바닥으로 눌러 죽였고, 병균을 옮긴다는 상식만으로 파리나 모기는 눈에 띠면 닥치는 대로 죽였던 자신의 무감각한 모습과 아파하며 죽어간 수많은 생명들을 상기했단다. 
다른 생명의 아픔을 온 몸으로 실감한 그 신도는 아무리 하찮은 생명도 함부로 아프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면서 안 아프기를 바라는 마음보다는 아플 때까지 함께 아픔을 견디는 마음이 됐다고 한다.


고통과 악수하고 친해진다는 말은 바로 하나가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질병치료에 이런 방법을 권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고 한다. 병이라고 해서 무조건 거부감을 갖고 쫓아내려 하지 말고 병이 자기와 둘 아님을 알아 다독이며 친하라는 것이다.


고통과 하나되는 순간 아픔도 사라진다. 더위는 있지만 더워하는 ‘자기’가 없고, 물고 육신을 아프게 하는 모기와 질병은 있지만, 모기에 물리고 병 때문에 아파하는 ‘자기’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내 것’을 고집하지 않고 ‘하나가 될 수 있는 마음"이 고통을 근원을 없애는 해결책이며, 실상이 또한 그러함을 다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본래 둘이 아니기에 마음이든 몸이든 그 아픈 상태에 마음을 휘둘리지 말고, 그 아픔을 직시하고 하나 돼 다독거려 나갈 때 비로소 고통, 갈등을 멈추고, 본래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마음의 병인 미움, 시기, 욕심, 질투 등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