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국민구강건강실태조사가 2번째로 나왔다. 이 자료에 따르면 3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이 여전히 12세 아동의 영구치 치아우식치아 수는 선진국에 비해 훨씬 많이 떨어지는 것이다. 특이할 점은 노인층의 영구치가 3년전에 비해 상당히 악화돼 있다는 점이다.
복지부가 지난 9일 발표한 2003년도 국민구강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구강보건 수준의 현 주소가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다. 12세 아동 영구치 치아우식치아 수가 9년 전인 95년 3.11개에서 2000년 3.3개, 2003년 3.25개로 이미 높아진 상태에서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정책이 부재해 이 수치를 낮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참고로 미국은 1.4개, 영국은 1.1개, 캐나다 2.1개, 일본 2.65개로 미·영과 비교하면 무려 3배 가량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가 단순히 아동들의 치아우식치아 수가 선진국에 비해 몇 배 많다는 차이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구강보건 정책이 이들 선진국에 비해 무려 몇 배 뒤떨어지는 후진국 형 정책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린이는 우리나라의 미래이다. 이들의 건강은 미래의 건강이다. 우리나라의 건강수명을 늘이는 일은 곧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일이고 이는 곧 보건복지 분야 사업과 정책을 보다 소외된 계층에게 확대 적용할 수 있는 배분의 사회로 발전할 수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구강보건 정책은 아직 실종 중인 것 같다. 좋게 말하면 아직 해야할 일들이 산적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전에 복지부 부서 통폐합 움직임이 있을 때 구강보건과를 통폐합하겠다는 주장이 나왔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참으로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사고가 어느 정도였는지 지금도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이미 3년 전에 이러한 결과물이 비슷하게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부서 통폐합에 구강보건과를 포함시키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니 지난간 일이지만 답답한 현실을 보는 것 같다.
현재는 구강정책과로 변경돼 사업중심 부서에서 정책중심 부서로 전환돼 그마나 다행이다. 구강정책과는 앞서말한대로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 등 할 일이 많다. 아직도 일부 환경론자들이 반대하는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전환하기 위한 다양한 홍보 계몽사업이 끊임없이 이뤄져야 할 것이고 이 사업에 대한 안전성, 효율성, 효과성 등을 나타낼 수 있는 보다 확실한 연구사업도 진행해야 할 것이다.
보다 확실한 충치예방사업을 강구해야 하며 학교 보건실을 이용한 구강관리 프로그램 사업, 유치원 아이들의 취학전 구강검진 의무화 사업 등 새로운 제도 및 정책, 사업 등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가장 훌륭한 보건사업은 예방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인들을 위한 복지 차원의 구강보건사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노인들에게 건강수명을 늘려주기 위해서는 가장 시급한 것이 구강건강이다. 아무튼 정부는 이번 결과를 면밀하게 분석해 시급하지는 않아도 매우 중요한 예방체계 구강보건 프로그램을 이번 기회에 종합적으로 마련해 줄 것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