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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한마음선원 주지 혜원 스님/더불어 마음 내기

지난 동안거부터 ‘공동관’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공동관이란 한 문제에 여러 사람이 집중적으로 마음을 내면서 그 문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지켜보는, 말하자면 더불어 마음내기 이다.
공동관을 하자면 무엇보다도 인원수가 적당해야 한다. 그래서 대중들을 10~15명씩 묶어 조를 짜게 한 다음, 조원들끼리 따로 모여 각자 어려운 문제를 털어놓게 했다. 자식이 말썽을 부린다든지, 부모가 아프다든지, 남편 사업이 안 된다든지 등등.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되는 한 사람을 선정해 모든 조원들이 일정한 기간 동안 마음을 내주게 했다. 그리고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게 했다.


결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각 조원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혹은 잠자리에 들면서 혹은 오전 10시 등, 나름대로 시간을 정해놓고 마음을 냈는데, 문제가 있는 당사자나 마음을 내준 조원들이나 모두 성과가 있었다.
첫 번째 성과는 스스로 문제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간혹 자존심 때문에 혹은 믿지 못해서 문제를 숨긴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진솔하게 자신들의 문제를 밝혔다. 이것은 결국 ‘아상(我想 나라는 상)’을 내려놓은 작업인 동시에 상대와 내가 둘 아님을 인정한 것이다.


두 번째 성과는 나 아닌 남을 위해 마음을 냈다는 것이다. 내 문제가 아닌 다른 사람의 문제에 함께 아파하면서 좋게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야말로 보살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성과는 문제의 해결이었다. 정해진 기간이 지난 후, 문제를 갖고 있던 당사자들이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발표했다. 이 때 대부분이 기대 이상의 좋은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 중 한 예이다.


처음 안거를 시작할 때부터 어떤 경계가 오든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다짐한 보살이 있었다. 그 보살의 중학생 아들이 어느 날 여기저기 터지고 깨진 모습으로 들어오는데, 순간 ‘저건 아냐!’ 싶었다. 그래서 아들을 다그쳤더니, 아들은 반 친구와 다툰 거니 모르는 척하라고 했다. 생각 끝에 보살은 담임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 설명을 했다. 선생님은 알아서 조치하겠다고 하더니 다음 날 전화해서 하는 말이, 반 아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들을 적어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다섯 명의 이름이 나왔는데, 그 중 보살의 아들이 끼어 있었다는 것이다.
보살은 당장 아들을 불러 앉혔다. 그제야 아들이 실토하길, 폭력 모임에서 빠져나오느라 매를 맞았다는 것이다. 그 모임에는 선배들도 함부로 못하는 소위 ‘짱’이라는 아이가 있는데 그동안 그 아이와 어울려 다니며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빠져나오겠다고 하다가 맞은 것이고 얼마간은 더 시달릴 것이라고 했다.


보살은 이 문제를 즉시 조원들에게 알렸고, 아들뿐 아니라 짱이라는 아이와 반 전체를 위해서도 마음 내달라고 부탁했다. 그 날부터 조원들은 그 문제에 공동관을 시작했다. 모두들 자식 키운 경험이 있는지라 내 자식 네 자식 없이 지극한 마음들을 냈으리라.
보살은 보살대로 열심히 마음을 냈는데, 특히 108배를 할 때에는 짱을 향한 마음으로 일 배 일 배 했다.


그러기를 사나흘 지났을까. 아들이 이상한 일이 있었다며 하는 말이, 그날 오전에 짱이 갑자기 책상에 엎드려 엉엉 울었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뭐라고 하지도 않았고, 특별한 일도 없었는데 느닷없이 울음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순간 보살은 짚이는 것이 있어 그 때가 몇 시쯤이었냐고 물었다.
“아마 10시 조금 넘었을 거예요.” 그 시간이라면 보살이 짱을 향해 108배를 할 때였다.
더욱 신기한 것은, 그렇게 울고 나더니 애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었다. 더 이상 아이들도 괴롭히지 않고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도 잘 듣더라는 것이다.


그날 이후, 짱의 태도는 더욱 좋아져 반의 규율까지 잡기 시작했다고 한다. 공부할 때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는데, 그렇다고 난폭하지도 않아 갑자기 그 반이 전교에서 가장 분위기 좋은 반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여러 사람이 마음을 모으면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