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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소리]정년퇴임문화 정립의 필요성/이재봉 서울치대 교수

 

 

 

학교생활을 한지 어언 3년이 지났는데 금년은 정년을 맞이했던 교수님들이 유난히 많은 했던 것 같다.


과거에는 교수님들이 환갑을 맞이하면 문하생들이 논문집을 만들어 드리면서 큰 잔치를 벌이고, 정년 퇴임식 때는 아주 요란하게 행사를 하는 것이 관행이었으나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환갑잔치를 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이는 없어지고, 정년 퇴임식도 새로운 출발을 격려해 드리는 수준으로 대부분 바뀐 것 같다.


특히 정년퇴임 기념 논문집을 제자들은 정성껏 만들어 배포 하지만, 읽어보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논문집이 CD로 바뀌어 가고 있는 요즈음은 조금 나은 편이지만 각종 CD가 범람하면서 역시 대접을 받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러나 치과계에서는 정년 퇴임식을 일류 호텔에서 노벨 의학상 수상자 보다 더 성대하게 거행해 드리는 제자 분들도 계신가 하면, 퇴임식을 완강하게 거부 하다가 제자들이 하도 보채 교수님 자신이 직접 자리를 마련해 소주 한잔 나누면서 정년 퇴임식으로 대신하는 분들도 계시는 등 천차만별이다.
퇴임 소감도 다양해 어느 교수님은 나는 제자들을 위해 무한히 희생했고 내가 이룬 업적은 세계적인 것이며 다른 교수님들과는 연구의 질이 달랐다고 생각하시고 계신가 하면, 별로 능력도 없는데 늘그막까지 학교에 남아 있어 폐를 끼쳐 죄송하고, 45 정, 56 도 하면서 조기 퇴직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건강하게 65세 정년을 마치게 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하면서 기금도 쾌척 하시는 분들도 계시다.


퇴임 후의 생활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 개원을 하거나 취업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사회를 위해 봉사하시는 분도 보이시는 반면에, 못내 떠나기가 아쉬우신지 방을 비우시지 않은 채 학교에 자주 나와 이리 저리 제자교수들을 독려하시기 때문에 독자적인 길을 가려는 젊은 교수들이 곤혹스러워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정년퇴임 후 1년 반 동안 방을 비우지 않아 학교 당국에서 짐을 택배로 부쳤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동안 정년퇴임 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았던 치과계이기 때문에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앞으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만큼 정년에 대한 새로운 문화 창출이 필요한 것 같다.
허례허식을 배제해 경비를 줄여서 정년을 맞이하는 지도 교수님의 업적을 기리는 연구 혹은 장학 기금을 만들어 드리는 문화야말로 우리 치과계를 새롭게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재봉 <서울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