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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한마음선원 주지 혜원 스님(조계종 중앙종회의원)/생활이 도


중국에서 무제(無際) 보살이 선풍을 드날리던 때의 일이다.
양보라는 청년이 무제 보살의 제자가 될 생각에 길을 떠났다. 그런데 도중에 한 노스님을 만났다.
“어디 가시오?”


노스님이 물었다.
“보살을 찾아 사천 땅으로 갑니다.?
양보의 대답에 스님이 다시 물었다.
“보살을 찾아가느니 아예 부처를 찾아가는 게 낫지 않겠소?”
“부처님이 어디 계신데요?”


양보가 솔깃해 물었다.
“지금 곧장 집으로 돌아가 보시오. 그럼 이불을 뒤집어쓰고 신발을 거꾸로 신은 채 뛰어나오는 이가 있을 거요. 그분이 바로 부처님이라오.”
양보는 왔던 길을 되돌아 집으로 갔다. 그러자 과연 이불을 뒤집어쓰고 신발을 거꾸로 신은 채 달려 나오는 이가 있었다.


“이게 누구냐, 양보 아니냐!”
너무나도 반가워하는 목소리에 눈을 크게 뜨고 보니 바로 자신의 늙은 어머니가 아닌가. 자다가 아들이 돌아온 것을 알고 이불 제쳐놓을 사이도 없이, 제대로 신발 꿸 사이도 없이 뛰쳐나온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양보는 크게 깨달았다. 어머니가 바로 부처님이라는 것을. 그 후, 양보는 평생 어머니를 부처님처럼 섬겼다고 한다.


흔히들 불공을 드리거나 혹은 불법을 닦으려면 절에만 가야 하는 줄 알고 있다. 또 절에 모셔놓은 부처님만 부처님이고 절에 계신 스님만 스님인 줄 안다. 이런 사람에게 집에 계신 부모가 부처님이고, 남편 혹은 아내가 스님이라고 하면 어떻게 생각할까.
어느 보살의 이야기이다. 평소 그 보살은 남편이 주는 것 없이 미웠다고 했다. 그래서 아침에 출근할 때면 자는 척하고, 밤에 퇴근해서 돌아와도 소 닭 보듯이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절(寺)만 절이 아니라 집도 절인 줄 알라는 한 스님의 말씀에 퍼뜩 이런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집도 절로 만들어야 볼까?”
그런 생각에 우선 남편 이름을 따서 절 이름을 ‘만수사(寺)’로 짓고, 남편을 주지스님으로 앉혔다. 그리고는 아이들을 자신과 함께 신도로 등록했다.


그런데 그렇게 해놓고 보니 남편을 전처럼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생각으로 지은 절이라고 해도 어디 감히 주지스님을 함부로 대할 수가 있으며, 도반을 함부로 대할 수가 있겠는가. 그래서 그 때부터 예를 갖춰 남편을 대하고, 아이들도 함께 공부하는 도반으로 대하기 시작했다. 살림도 절 살림이니 만큼 알뜰살뜰하게 하고, 지저분한 곳이 없도록 쓸고 닦았다. 그러자 집안 분위기가 진짜 절처럼 밝으면서 경건해지더라는 것이었다.


불교란 이와 같은 것이다. 부모님께 효도하고, 남편 혹은 아내를 존경하고, 아이들 잘 보살피고, 알뜰살뜰 살림하는 것이다. 이고지고 가서 부처님께 남편 출세하게 해 달라, 자식들 공부 잘하게 해 달라 비는 것만이 불교가 아니다.


직장에서 사람들과 부딪치며 일하는 것도 불교이며, 집에서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것도 불교이며, 학교에서 공부하고 운동하는 것도 불교이다. 즉 생활이 불교인 것이다.
다만 탤런트가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하듯, 남편 역할이든 아내 역할이든 혹은 부모 역할이든 자식 역할이든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면 제대로 된 살림살이, 즉 불법수행을 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