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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소리]가치관의 눈/조광현 (전 서울지부 의장)

원래 눈이라는 것은 세상 만물과 그 만물들이 이루는 어떤 현상이나 동작을 바라보기 위해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 아주 하등동물이 아닌 다음에야 대개 눈이 두개가 있는데 이는 좀더 정확한 각도에서 거리감까지 살펴보면서 먹이를 찾는데 유용하게 써먹기 위해 생겨났거나 진화돼 왔을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눈을 뜨면 보이고 눈을 감으면 안보이는 것은 어린아이라도 잘 알수 있는 뻔한 사실이지만 필자가 말 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뜻의 눈이 아니라 사물(事物)을 바로 보고, 바로 느끼고, 바로 판단하고, 바로 인정하는 그런 종류의 눈을 뜨자는 것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들의 눈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느낀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머리도 희어지고 주름살도 하나 둘씩 늘어감에 따라 눈도 점점 침침해 지고 어두워지는 것은 자연의 섭리인데 여기에 비례해서 사물을 바로 보고 평가할줄 아는 눈도 나이를 따라서 점점 어두워지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나이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경험이나 안목이나 경륜이 붙어서 가치관을 바라보는 눈이 좀더 밝아져야 할텐데 말이다.


어쨌거나 비근한 예를 들면 어떤 음식점에서 개밥그릇으로 사용하던 깨진 그릇이 알고 보니 고려청자였었다거나 엿가락 몇 개하고 바꿔 먹은 옛날의 낡은 그림이 어마어마한 값이 나가는 단원(檀園)이나 호생관(毫生館)의 그림이었다거나, 외국의 예로 남아프리카에서 어떤 백인이 시골길을 가는데 한 흑인 아이가 반짝거리는 돌을 가지고 놀길래 자세히 보니 예사 돌이 아닌 것 같아서 동전 몇닢에 그 돌을 사가지고 와서 자세히 감정해본 결과 놀랍게도 그 돌이 다이아몬드였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물건의 참 값어치를 볼줄 모르면 그만큼 자기 자신에게 큰 손해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비단 남의 일 만으로 그칠 일이 아니라 우리들도 이따금씩 경험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겠기에 더욱 더 명심해둘 일이다. 길거리 노점상이나 버스 안에서 싸구려를 외쳐대는 행상에게서 정말로 값싼 물건인줄 알고 속으로 횡재했다고 쾌재를 부르며 산 물건이 형편없는 엉터리였다는 경험을 하는 수도 있고 정말로 값싸게 바겐세일 하는 곳에서 사온 어떤 옷가지가 집에 와서 입어보고 자세히 살펴보니 흠집 투성이의 나쁜 물건이더라는 경험을 하는 수도 있다. 이 모두가 욕심에 눈이 어두워져서 물건을 바로 보고 바로 평가할줄 모르는 데서 오는 손해인 것이다.


나는 이따금씩 거리에서 씁쓸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판매전략상 속임수로 그러는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점포정리 대 매출’ 이라고 써 붙인 상점에서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는 광경을 목격했을 때 과연 물건을 싸게 사려고 하는 그 사람들이 진실로 점포를 정리하지 않으면 안될 딱한 사정의 점포 주인을 위한 동정심에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팔아주려고 아우성을 치는가 하는데 생각이 미치면 마음이 아파 온다. 모르긴 해도 그들의 거의 모두가 남이야 망해서 가게 팔고 떠나건 말건 자기 자신만의 이익을 재빠르게 계산한 나머지 다만 한개라도 더 값싼 물건을 많이 사려고 덤벼드는 모습이 마치 자기만 잘살겠다고 날뛰는 모습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물건을 볼줄 아는 눈을 갖지 못하면 손해이듯이 사람을 바로 볼줄 몰라도 손해가 많은 것이다. 똑똑하고 착실한 것 같아서 고용한 고용인이 형편없이 어리석고 게으른 수도 있고 튼튼한 보증인의 보증서와 얌전한 외모만 믿고 채용한 종업원이 주인에게 큰 손해만 입히고 도망가는 수도 있고 믿음직하고 성실한 것 같아서 추천한 어떤 사람이 배신과 배은망덕으로 보답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경험하게 된다. 유능하고 인격이 풍부하고 박력이 있고 능숙한 언변과 풍모에 사통팔달한 사교술만 믿고 자기들의 대표로 뽑아 주었더니 잘난체만 하고 해먹기만 하고 맡은바 책무를 그르쳐 버리는 사람도 더러는 있는 모양이다. 반대로 보잘 것 없고 능력도 없고 잔재주만 부리는 것 같아서 해고했더니 그 사람이 다른 라이벌 회사로 가서 능력과 실력을 마음껏 발휘해 두각을 나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