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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한마음선원 주지 혜원 스님(조계종 중앙종회의원)/마음 가꾸기

옛날 어느 마을에 심성이 고운 부부가 어린애를 기르면서 곰 새끼를 함께 길렀다.
곰은 클수록 부부의 힘든 일을 도맡아 한 식구처럼 잘 지냈다.
그러던 어느날, 그 부부가 밭으로 일하러 간 사이에 어린애가 잠을 깨서 울고 있었다.
때마침 나무를 해 부엌에 짐을 부리던 곰이 아이가 울 때마다 부부가 아이를 다독이던 모습이 떠올라 방으로 들어가 아이를 다독거렸다.
그러나 손에 너무 힘이 들어가서인지 그만 어린애가 죽고 말았다.
부부가 밭일을 끝내고 집에 들어와 보니 그때까지도 곰은 죽은 어린애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부인은 곰이 자기 아이를 죽였다며 난리를 떨었지만 마음씨 착한 남편은 “곰이 곰 행을 하지, 아이를 혼자 버려두고 나간 우리 잘못이다”하며 조금도 곰을 원망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부부의 모습을 오래오래 지켜보던 곰이 자기의 잘못을 알아 차렸는지 그 후로는 행동이 사람의 행동처럼 자꾸자꾸 변해 가는 것이었다.


어느 날은 밭으로 밥까지 챙겨 오는 것이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이 “우리 어린애는 죽었지만 같이 지내는 곰이 이젠 제법 사람의 행을 하고 마음을 쓸 줄 아네. 모습은 곰이지만 성품은 사람 못지 않네”하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던 어느날 곰이 기척이 없어 부부가 가보니 뜻밖에도 곰이 앉은 채로 죽어 있었다.
반면에 부인에게 태기가 있어 아이를 갖게 됐는데 그 아이가 커서 당대에 명성을 떨친 장군이 됐다고 한다.


곰이 사람을 접하면서 처음에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흉내내다가 점점 사람이 쓰는 마음을 배우게 되니 그 모습이 바꿔져 진화가 된 것이다.
불교에서 이숙식(異熟識)이라는 게 있다.
아뢰야라 하며 자기가 거쳐온 모든 종자가 생사윤회에 유전하면서 인(因)은 과(果)로 변해 나타난다고 한다. 이류이숙(異類而孰)이라 하여 사람이 항상 사람으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인이 변해 과가 틀리게 나올수 있다는 것이다.


즉, 사람이 짐승으로, 때로는 짐승이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자기보다 차원이 높은 것을 보고 배울 수도 있고 자기보다 낮은 것에 금방 물들 수도 있다. 사람도 사람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찰나찰나 바뀌어 등장할 수 있으니 짐승도 나와 더불어 업신여기지 말고 둘로 보지 말라는 것이다.
좋은 것은 익히기가 어렵고 나쁜 것은 금새 익히는 지라 사람은 노력해야 향상 되는 것이 아닐까?
몇일 전 계속되는 행사로 인해 텃밭에 갈 여유가 없었는데 잠깐 짬이 생겨 절에서 가꾸는 텃밭에 갔는데 돌보지 않아서 기르는 농작물과 잡초가 뒤엉켜 엉망이 되어 있었다.
잡초는 자라면서 오만군데로 가지치기를 하여 웬만한 힘을 주워도 뽑아 내기 어렵고 잡초를 솎아내다가 잠깐 잘못하면 농작물은 금새 부러지고 뿌리도 뽑혀나간다.
한나절 땀을 흘리고 나니 제법 모양이 갖춘 밭이 되었다.
우리 마음 농사도 이와 같을 것이다.


선근은 한번 잘 기르고 가꾸기가 어렵거니와 잠깐의 실수에 부러지기도 쉽다.
반면에 악근은 한번 물들기 시작하면 잡초처럼 온 데로 번져 다듬기 어려워진다.
늘 김매는 농부의 밭에는 잡초가 뿌리내릴 여유가 없다.
우리도 김매는 사람이다.
부정적인 마음, 긍정적인 마음, 하고 싶은 것을 안 할 수 있는 마음, 하고싶지 않지만 할 수 있는 마음, 이런 것들을 잘 다듬어 나간다면 내 마음 밭도 제법 쓸 만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