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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한마음선원 주지 혜원 스님(조계종 중앙종회의원)/꿈

윤회는 가르침이며 자비이다세상은 공평하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주위를 살펴보면 재산·학식·인물 건강 등 온갖 것을 다 갖춘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중 하나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어떻게 세상이 공평하다는 말이 나왔을까.


여기에서 우리는 ‘윤회’를 말하게 된다.
윤회란 업식(業識)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타나는 생명 현상을 말한다.
업식은 세세생생 윤회하며 내가 만들어 놓은 내 모습으로 여기에는 한 치의 덜함도 더함도 있을 수 없다. 악업을 쌓은 사람은 악과(惡果)를 받고, 선업을 쌓은 사람은 선과(善果)를 받을 뿐이다.
즉, 현재의 내 삶은 누군가에 의해 부여받은 것이 아니라 과거 생에 내가 지어놓은 업식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거지가 오면 동냥은커녕 쪽박을 깨고 몽둥이찜질까지 해서 내쫓는 부자가 있었다. 그러면서 항상 아들에게 이렇게 일렀다. 
“거지들은 이렇게 해야 다시는 찾아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너도 꼭 이 아비처럼 해라. 괜히 불쌍하다고 생각해서 쉰밥이라도 한 술 떠 주면 자꾸 찾아온다.”


그 부자가 죽어 한 거지의 자식으로 태어났다. 장님에다 병까지 앓고 있는 여자 거지였다.
그 거지 어미를 부양하기 위해 그는 어릴 때부터 구걸을 다녔다.
어느 날, 그는 전생에 자신이 살던 마을로 갔다. 그곳에서 가장 부잣집을 찾아갔는데, 하필이면 전생의 자기 집이었다.  
“이렇게 좋은 집에 사는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인심도 좋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문을 두드리자 주인, 즉 전생의 아들이 달려 나왔다. 그러나 아들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밥이 아니라 몽둥이였다. 
“이놈이 어디 와서 구걸이야!”
아들은 아버지에게 배운 대로 몽둥이를 휘둘렀다. 거지는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고, 쪽박은 산산조각이 났다.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러는 거요!”
거지는 전생의 아들을 향해 울부짖었다.
이것이 바로 윤회의 기본 방식이다. 과거 생에서 내가 어떻게 살고 어떻게 마음을 냈는지에 따라 현재의 내 삶이 정해지며,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느냐에 따라 다음 생의 내 삶이 정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윤회를 단순한 인과(因果)의 반복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다. 윤회를 통해 얻는 것이 없다면 이 끝없이 돌고 도는 삶이 얼마나 부질없고 지루하겠는가.    
윤회는 가르침이며, 나아가 자비이다.
악업을 쌓은 사람은 악과를 받고 선업을 쌓은 사람은 선과를 받는다고 했지만, 실은 악과도 없고 선과도 없다.


오직 가르침이 있을 뿐이다. 가르침에는 칭찬과 꾸지람이 있듯이 우리 삶도 이와 같다.
이생에서 힘들고 고통스럽게 사는 것은 과거 생의 잘못을 벌 받는 것이 아니다. 힘든 삶을 배우기 위한 것이다. 힘들어 봐야 힘든 사정을 알고, 고통스러워 봐야 고통스러운 사정을 알지 않겠는가. 거지로 살면서 거지들의 사정을 알게 된 부자처럼.
이와 같이 우리의 삶은 과거 생에 지어놓은 대로 펼쳐진 것이며, 그 펼쳐진 것을 보고 우리는 또 하나를 배울 뿐이다.
이렇게 배우고 또 배우면서 가다보면 마침내는 큰 자비로 화하지 않겠는가. 여기에 바로 윤회의 큰 뜻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