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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의 여행스케치>
소백산 雪國의 달빛 사냥

소백산의 트레커, 아니 戰士들에게 비스켓 한 조각, 물 한 모금 나누며 서로를 챙기던 우리 모두는 한 덩어리로 결속된 자랑스런 전사들이었습니다. 정확하게 12시간 동안의 달빛사냥(?) 임무수행을 멋지게 완수한 9명의 대원들에게 팀을 이끌었던 대장으로서 먼저 경하(敬賀)해 마지 않습니다. 지난 2월4일의 ‘소백산 雪國 산행’은 힘든 과정을 성공한 후에만 보상받는 짜릿한 쾌감 그 자체였습니다. 남쪽 제1연화봉에서 신선봉 너머 북쪽1386봉까지 소백산 주능선의 파노라마를 한 눈에 즐길 수 있었던 능선 산행, 바람도 잠잠하여 맑고 춥지 않은 날씨, 하늘에 수은등을 켜놓은 듯 환한 달빛 속의 눈 속 유영, 평생 처음 해보는 심설 트레킹의 새로운 경험, 두려움과 힘든 여정 뒤에 느끼는 뿌듯한 성취감... 산을 오르기 시작한 지 25년인 저도 오랜만에 느끼는 큰 행복감이었습니다. 먼저 저를 따라 허리까지 차는 눈속으로 몸을 던져 끝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대원들의 리더에 대한 신뢰감과 협동심,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값진 인내심들이 낙오자 없이 계획대로 하산에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비스켓 한 조각, 물 한 모금 나누며 서로를 챙기던 우리 모두는 한 덩어리로 결속된 자랑스런 전사들이었습니다. 해는 서산에 가까와지고, 보여야 할 기존의 하산길은 눈에 덮혀 찾을 수 없고... 고도 1,300여 m 주능선상에서 멀리 구인사로 향하는 가느다란 등산로 외에는 계곡으로 내려서는 등산로를 찾기가 불가능했었습니다. 늘 그러하듯 어려운 상황에서 리더의 시의적절한 판단이 요구되는 순간이 온 것입니다. 1386봉에서 어의계곡으로 뻗어내린 경사가 완만한 능선으로 내려가며 어느정도 고도를 낮춘 뒤, 계곡으로 내려서는 회귀작전을 선택했습니다. 석양에 예쁘게 물들어 가던 고도 1386m의 하얀 무명봉 정상에서 한바탕 심설산행을 위해 준비를 하던 대원들의 얼굴에는 결연한 의지마저 보였습니다. 이 곳까진 남이 밟고 간 길을 따라 왔지만 이젠 우리의 길을 새로이 만들어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허벅지까지 빠지는 新雪위로 러셀(russel)을 하며 길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 어려워 보이고, 한 편으로 두렵기도 한 결정이었지만 수km 멀리 계곡 아래 우리의 베이스캠프를 향한 시간 싸움이 최대의 관건이었습니다. 어차피 각오한 야간 산행을 처음 해 보는 대원들이 잘 따라와 줄지 염려도 되었지만, 가끔하던 지리산 종주산행시의 새벽산행을 경험삼아 충분히 해내리라 추호도 의심치 않았습니다. 석양의 여명이 남아있는 동안 가지능선 아래로 최대한 나아가 계곡으로 안전하게 내려 설 지형을 파악하기 위해 서둘러 눈 속으로 나아갔습니다. 제 뒤로 남자들이 눈을 밟으며 통로를 만들어주고 여자들이 그 뒤로 따라붙었습니다. 마치 하반신을 물에 담근 채 물을 거슬러 오르는 것처럼 힘이 들고 속도도 나지 않았습니다. 가지능선의 지형이 점차 험해져 경사가 꽤 급한 우측 무명계곡으로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나뭇가지들을 잡으며 눈과 함께 슬슬 미끄러져 내려가는 경사면이 평평한 부위보다 훨씬 수월했습니다. 어둠속에 후미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 간간이 “트레~엑!”이란 제 선창에 “이예~!”하며 외치던 대원들의 포효소리는 어둠이 내린 심산 계곡을 쩌렁쩌렁 울리고 산짐승들도 놀래킬 정도였습니다. 너덜지대 통과시 발이 닿지 않는 바위 틈새로 빠지고 눈 속으로 고꾸라지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어디서 이런 힘과 여유가 나올까요.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평상시 자신의 내재된 능력을 다 사용해 본 경험이 없어 좀 어렵거나 해 보지 않은 일에 쉬 겁을 먹고 포기하는 지도 모릅니다. 두 시간 가량 힘든 경사면 구간을 다 내려와 계곡 상단에 도착 후, 눈을 다지고 배낭을 깔고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이마엔 어느새 땀이 맺혀 있었습니다. 비상식을 쪼개 힘든 사람에게 먼저 양보하고 물을 서로 권하던 꿀맛같은 휴식중에도 달빛은 너무도 밝아 서로의 정다운 표정도 알아 볼 수 있었습니다. 계곡내 안부(鞍部)는 적설량도 조금 줄었고 한 참을 더 내려오니 옛 삼판길이 나왔습니다. 사람이 다닌 흔적이 없는 험한 삼판길이지만 험한 경사지 끝에 만난 길이라 다들 환호성을 질렀지요. 눈 밑으로 흘러 내려오는 계곡물을 발견했을 때엔 모두 샘을 발견한 목마른 짐승들마냥 물을 들이켰습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계곡을 한 시간 가량 내려오니 비어있는 ‘벌바위’의 민가가 나타나고 약 20분 정도 더 내려오니 드디어 민가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제사 나 자신도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을전에서 명개리코스를 올라 3시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