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7 (목)

  • 맑음동두천 23.2℃
  • 맑음강릉 23.3℃
  • 맑음서울 24.1℃
  • 맑음대전 23.6℃
  • 구름조금대구 24.4℃
  • 구름많음울산 20.2℃
  • 맑음광주 23.4℃
  • 구름많음부산 21.4℃
  • 맑음고창 21.6℃
  • 흐림제주 22.1℃
  • 맑음강화 22.3℃
  • 맑음보은 20.2℃
  • 맑음금산 21.4℃
  • 구름조금강진군 19.6℃
  • 구름많음경주시 21.2℃
  • 구름많음거제 19.1℃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종교칼럼]삶-한마음선원 주지 혜원 스님(조계종 중앙종회의원)/머무르지 않는 마음

사람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는 일은 어렵다고들 한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같은 일을 반복 하다 보면 집착이 생겨서 그곳을 떠나기도 어렵고 다른 일을 하기도 쉽지 않게 되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
사람이 생전에 어디다 어떤 마음을 쓰느냐에 따라, 죽고 난후의 의식이 그곳에 머물러,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과 때로는 부딪히기도 한다.


살아 생전에 그 어디에도 머물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 마음을 기르는 것은 이 우주법계에서 내가 해야 할 소명인 것이다.
그래서 살아 있을 때 만이 부딪힘이 있고, 그 부딪힘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마음공부를 해나가는 것이니 부딪힘이라는 경계는 나를 진화시키는  고마운 공부재료인 것이다.
어떤 사람이 배를 띄워 호수로 뱃놀이를 갔다.
흥에 취해 놀다가 아주 비싼 금가락지를 호수에 떨어뜨렸다.
금가락지를 찾으려 아무리 이곳저곳을 헤엄쳐도 금가락지는 보이지 않았다.
해가 뉘엿뉘엿 져서 컴컴해지자, 내일 이곳에 와서 찾아야지 하며 반지를 떨어트린 뱃전에 칼로 표시를 해두고는 서둘러 호수를 떠났다.


이튿날 반지를 찾으러 호수로 간 사람은, 뱃전의 표시로는 도저히 그 반지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이 어리석은 사람의 비유는 우리들의 어디에고  머무르고 집착하길 좋아하는 마음의 속성을 보여준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으니 공이요,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공이라.
지금 쓰는 이 마음도 고정됨이 없이 찰나찰나 화하니 그냥 놓고 가라.


그 어디에도 머무르지 말고 집착함이 없이 마음을 쓰라는 뜻이다.
매일 같은 일을 하다보니 시간이나 여유가 생겨도 산문밖을 나가게 되지않는다.
그러다보니 어느날 산문밖을 나가 새로운 곳을 가는 일, 하는 일이 조금 두려워지고 때로는 용기가 필요하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내의식은 영가가 되어 있었다.
그때 주워진 것이 인도여행이었다.


이번에는 그 어떤 명분도 나를 묶어 두지 못했다
인도에서는 수많은 사람,자동차,소 릭샤들은 무조건 앞으로만 간다.
가다가 사고가 나도 “왜?” “어째서?”하고 시비하는 사람이 없이 그냥 어떤일이든 받아들인다. 나쁜일도 그냥 수용하며 해결만 할 뿐이다.
마음공부하는 사람들의 어떤 경계든 수용하는 자세와 너무 닮았고 그 수순력에 놀랄뿐이었다.
하루는 아주 좋은 호텔에, 또 어떤날은 아주 불편하고 누추한 곳에 잔다.
몇 번 되풀이 숙식을 하다보니 좋은 곳도 그저 놓고 갈뿐이요, 나쁜 곳도 또 놓고 갈 뿐이었다. 우리가 하루하루 놓고 가듯이---.


만일 실수로 호텔의 사소한 어떤 것도 들고 가면 반듯이 댓가를 치러야 한다.
우리도 어떤것이든 들고있으면 즉각 고통이라는 댓가를 치루는 것처럼.
지구라는 여행지에 한철 머무는 여행자여.
나는 지금 어디에 나도 모르게 머물고 있는지 참구해 볼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