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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한마음선원 주지 혜원 스님]내가 서있는 자리로부터

 


보통 석가모니 부처님을 삼계의 도사라고 한다. 삼계의 중생을 해탈의 세계로 인도하는 스승이라는 뜻이다.
삼계란 나고 죽는 것을 반복하는 중생의 세계로서, 욕계·색계·무색계를 말한다. 이들 세계는 중생의 속성인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의 정도를 반영하여 나타나는 세계다. 삼독심이 가장 많은 세계를 욕계라고 한다. 욕계는 탐욕이 많아 정신이 흐리고 거칠며, 물질에 속박되어 가장 어리석은 중생들이 사는 세계이다. 지옥에서부터 인간, 일부 천계가 이 욕계에 속하는데, 인간계는 스스로가 하기에 따라서 삼독심을 극복할 수도 있고 더 깊이 빠져들 수도 있는,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세계다.
고대 인도인들은 삼계를 아래서부터 차례로 형성되는 유형적인 세계로 인식하였다. 그러나 부처님은 삼계를 단순히 입체적인 공간으로만 보지 않고 정신적인 면, 즉 수행의 깊이에 따라 펼쳐지는 세계로 파악하셨다. 다시 말하면 물질은 곧 마음의 화현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우리들의 정신세계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니 만큼 입체적인 공간의 삼계와 정신적인 차원의 삼계를 둘로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외부의 물질이나 주어진 조건을 가지고 어떻게 해보려고 용을 쓰기에 앞서 자기 성찰과 수행이 먼저 되어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낸 것이요, 삼계는 오직 일심이다”라고 하신 원효대사의 말씀처럼 모든 세계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어떻게 마음을 지니고 쓰느냐에 달려있다.
인간의 행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은 탐욕이다. 사람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원인 또한 마찬가지다. 흔히 주부가 싫고 직장인이 싫다고 늘 자기 자리를 부정하고 남의 찬란함에 시선을 두고 살면서 자기 인생은 물론 더불어 사는 삶 또한 망가지게 한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탓에  결국 자기 떡도 놓쳐버리고 마는 어리석은 개처럼 정작 수맥은 찾지 않고  여기 저기 땅만 파다 인생을 허망하게 흘려보내는 꼴이 되고 마는 것이다.
지구보다 더 크고 좋은 별들이 우주에는 얼마든지 널려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지구에 알맞은 조건을 가지고 태어난 우리가 지구를 벗어나 살 수는 없다. 지구에 태어난 이상 우리는 지구의 삶을 배우고, 성숙해야 한다. 어른 스님께서는 이를 두고 ‘누구나 자기가 넘어진 곳을 딛고 일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허공을 헤매는 것과 같고, 내 나무의 익은 열매를 거두어들일 수 없다’고 말씀하신다. 한 나무가 다른 나무의 과실이 탐스럽다고 아무리 의지하고 찬탄해도 일시적 위안은 될 수 있을지언정 영원한 내 것이 될 수는 없다. 


지금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이 내 마음의, 내 정신세계의 나툼이라는 것을 안다면 투정부리고 불평하기에 앞서 밭을 갈 듯, 주어진 것을 정성을 다해 가꾸는 데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직장인이면 직장인으로, 주부면 주부로서’사람들은 각자 자기 자리가 있다. 자기가 선 자리를 당당하고 아름답게 꾸려나갈 수만 있다면 스스로 무르익어 주위 사람들에게 고루 나누어 줄 수도 있고 다른 더 큰 역할이 주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준비되어있지 않은 자리는 주어진다 해도 버거울 뿐이다. 따라서 주어지지 않은 것을 억지로 끌어당기려 하기보다 주어진 걸음을 성숙시키는 것이 이 지구학교, 각 나라, 각 시에 태어난 우리들 각자가 해야 할 최선의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