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제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치협의 용역을 받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치과의료수가가 매우 저 평가되고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연구팀은 치과의료수가가 33.7% 저평가 됐다며 상대가치점수가 1점당 원가기준 76.1원, 경영수지기준 67.9원이 돼야 적정한 원가보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상대가치점수는 1점 당 56.9원이다.
한의사협회도 자체적으로 연구용역을 주어 연구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의원 적정 상대가치점수당 단가는 70.3원으로 현재 단가인 56.9원과 비교할 때 23.6%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지만 양 단체가 모두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협회와 연관없는 연구기관에 의뢰한 것이니 만큼 이 자료에 대한 신빙성은 상당히 갖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자료를 근거로 하여 지난 1일 요양급여비용협의회 위원장으로 있는 정재규 협회장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단독면담을 통해 내년도 건보수가를 두자리 수 이상으로 인상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단 이사장은 두자리 수에 대한 확답은 피한 채 일단 이번 만큼은 협의회와 공단간의 수가협상이 반드시 성사되기를 희망한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보였다.
그러나 지난 호에서도 밝혔듯이 정부와 공단에서는 이미 수가 인상률을 정해 놓고 예산을 확정한 것으로 보여져 과연 얼마마한 탄력성을 가지고 공단이 수가인상에 임할지 의문이 되고 있다. 정해진 대로 밀고 나갈 것이라면 이번 협상도 물 건너 간 것이지만 공단 이사장의 의지를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한번쯤 시도해 볼만도 하다.
공단이나 협의회나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정심까지 가지 않고 양 단체가 스스로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공단과 정부에 대한 의료계의 불신과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갈 것이기 때문이다. 공단의 수가인상안을 결정하는재정위원회 환산지수소위원회 역시 너무 소비자단체 측의 의견에만 끌려다니지 말고 의료계의 현실을 직시해 적정 인상률을 잡도록 해야한다. 경직되고 터무니없이 낮은 인상률을 제시해서는 공단 이사장이 이를 가지고 협상에 성공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적으로 공단은 보다 탄력적인 수가 인상안으로 접근해야 의료계와 얘기가 될 것이다. 협의회측에서는 벌써 두자리 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이 얼마나 받아들여질지는 모르지만 공단의 경직된 인상안이 그동안의 협상을 망쳐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이번만큼은 운영의 묘를 잘 살려 기필코 서로 두손을 잡고 신뢰의 눈길을 주는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신뢰는 상대를 인정하는데서 부터 시작한다. 정부와 공단은 의료 공급자인 의약인단체들의 이유있는 주장에 귀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