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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한마음선원 주지 혜원 스님]제사의 참된 의미


석가모니 부처님을 비롯한 모든 부처님들이 깨달으신 우주의 실상은 연기법이다.


연기법은 인과율과 인연화합, 상의 상관으로 요약될 수 있다. 상의 상관이란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돼 의지하고 있으므로 해서 객체가 홀로 독립해서 살 수 없다’는 뜻이다. 한잔의 차도 내가 마시기까지는 수십 수백 가지의 인연들이 연결돼 있다. 수많은 이의 손길과 자연적인 요소가 결합돼 있다는 말이다. 나의 존재 또한 예외일 수 없다. 조상이 있어 오늘의 내가 있듯 ‘나’는 과거로부터 온 존재이며 ‘나’는 주위의 무수한 인연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나’를 비롯해 나와 연결된 인연은 서로 서로 역할을 바꿔 부모로, 형제로, 친구나 이웃으로 관계를 형성하면서 생을 거듭한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그래서 또 다른 나가 아닐 수 없다. 나의 행복과 불행 또한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비롯된다.


(육방예경)에서 부처님은 중생들에게 6방을 향해 절을 하되, 동쪽을 향해서는 부모, 남쪽은 스승, 서쪽은 아내와 자식, 북쪽은 친구, 위쪽은 사문, 아래로는 하인이나 고용인을 생각하며 절을 하라고 했다. 무수한 인연 가운데서도 특히 조상님 또는 부모님과 나와의 인연은 크고도 크다. 그래서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조상님께 예경을 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부모은중경)에 의하면 부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길을 가시다 뼈 무더기를 발견하고 그 뼈 무더기에 절을 하신다. 이 때 제자 아난이 묻는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위대한 스승님입니다. 저희 중생들의 어버이신데 어찌해 저런 하찮은 뼈 무더기에 절을 하십니까?’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끝없는 옛적부터 금생에 이르기까지 6도 중생이 다 나의 부모, 형제, 친척 아님이 없다.’ 사생의 자부이신 부처님께서는 이렇듯 인연의 소중함을 행으로 일깨워주신 것이다.
우리에게는 먼저 가신 조상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풍속인 제사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훌륭한 풍속이 형식적으로 흘러 그 본래의 뜻을 상실해 가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자수화풍 사대로 흩어져 버린 조상님들을 모습으로서 모신다고 해서 조상님들이 모셔지는 것일까? 이는 자칫 조상님들에게 공덕도 짓지 못하고 자기 자신까지도 근본을 잃는 문제가 된다. 조상님을 기리는 데도 먼저 그 이치와 근본을 잘 알아야 한다.


부모가 됐다가 자식이 되기도 하는 돌고 도는 관계 속에서 우리가 언제적 부모요 언제적 자식이라고 고정되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일체 생명 - 내 눈 앞에 펼쳐진 일체 생명이 곧 내 조상 아님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생명의 근본은 큰 하나이다. 그리고 우리 중생들의 생멸은 이 큰 하나에서 비롯된 것이다. 마치 바닷물에서 수 천 수만의 물방울이 튀기는 것과 같다고 할 것이다. 즉, 물방울의 솟구침은 중생의 남이요, 그 물방울의 가라앉음은 곧 중생의 죽음이다. 이렇게 볼 때 조상님들은 이미 가라앉은 물방울이 셈인데 바다의 어디에서 내 부모 내 조상을 찾을 수 있겠는가. 이미 바다에 합쳐진 그분들의 개개 모습은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조상님 개개 모습에다 절하고 예를 드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절해야 할 데는 다름 아닌 생명 그 자체 - 우리의 근본이며 조상의 근본인 그 진리의 당체에 예배해야 마땅하다. 당체에는 시공이 없다. 따라서 선후도 없다. 물방울로서의 개체에는 아버지가 있고 내가 있고 남이 있지만 한 바다에서는 그냥 물일뿐인 것이다. 먼저 나고 나중 난 것도 없고, 자와 타도 없이 모두가 할아버지요 아버지이며 모두가 아들이고 자손이다. 중요한 것은 그 당체가 나를 떠나 있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바로 생명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예배해야할 대상이며, 참된 예배는 깊고 진실하게 일체 생명을 포함하는 자기의 마음 안으로 드는 것이다. 조상님을 모시되 이와 같은 뜻을 알고 예배를 드린다면 부처님께 드리는 예배나 조상님께 드리는 예배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뜻을 모르고, 진실이 실려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