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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한마음선원 주지 혜원 스님(조계종 중앙종회의원)/정성

수능시험이 마침내 끝났다. 늘 입시철이 다가오면 많은 어머니들이 자식의 대학 합격을 위해 자신이 믿고 있는 종교를 의지해 정성을 들인다. 그렇게라도 해서 마음으로나마 자식과 함께하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정성이란 자신이 해놓지 않은 일에 좋은 결과를 얻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하고자 하는 일에 온 마음을 쏟아 붙는 것이 정성이다. 그러므로 공부하는 사람이 공부에 온 마음을 기울인다면 그것 자체가 정성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시험을 보는 당사자는 아니지만 부모로써 자식을 위해 마음을 다하는 그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전달돼 자식의 마음에 불을 켤 수 있게 하는 것이 정성이다.
간혹 이와 같은 일로 큰스님을 찾는 이들이 있다. 이 때 큰 스님께서는 ‘주린 고양이가 생선을 노리듯 그렇게 하라’고 말씀하신다. 이는 정성이라는 것이 현실과 동떨어진 요행수를 노리는 것이 결코 아님을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최선을 다했음에도 안 될 때가 있다. 이럴 때 큰 스님께서는 ‘되는 것도 법, 안되는 것도 법이다’고 말씀하신다. 자신의 생각으로는 꼭 자기가 정한 한 길이 아니면 안 될 듯해도 자신이 가야할 길이 아니라면 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되는 일이라는 뜻이다. 사람도 물건도 모든 것이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자신은 물론 타인을 위해서도 이익이 된다. 운동을 해야 할 사람이 연구실에 있다면 효용가치가 떨어질 것이고,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장사를 하고 있다면 사회적으로도 손실이 된다. 따라서 비록 원하던 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크게 낙담할 일은 아니다.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자신에게는 떳떳한 일일 것이며,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가기 위한 ‘숨고르기’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부모 역시 뜻하는 대로 자식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저놈의 새끼가 누굴 닮아서 저러느냐?’ ‘제 아비를 닮아서 저런가 보다.’ 또 아비는 ‘제 어미를 닮아서 저런가 보다’라고 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해나간다면 자식의 뿌리를 돋워주는 것이 아니라 싹을 망쳐놓는 일이 된다. 자기 현실을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어디 가서 남편 잘 되게 빈다, 자식 잘되게 빈다 하고선 기도를 하느니, 절을 하느니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어리석은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위로는 묵은빚을 갚을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하고 아래로는 내가 햇빛을 줄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삶의 지혜를 얻지 못한다면 정성도, 종교도 한낱 허울에 불과하다. 이런 어리석음을 타파하기 위해 관하는 수행법을 일러주고 있다. 관 (觀)이란 자신의 마음자리를 살피는 일인 동시에 만물의 이치를 보는 일이다. 경전 속에 있는 것만이 아니라 만물이 돌아가는 이치를 안팎으로 살펴보라는 것이다. 그로부터 얻어지는 지혜로운 한 생각이 3천배의 절보다 낫다.


옛날에 어머니를 지게에 싣고 고려장하러 산으로 간 아버지가 아들이 지게를 도로 가지고 오는 것을 보고 물었다. “그걸 왜 가지고 가느냐?” 그러자 아들은 “나중에 아버지도 이것으로 지고 오려고요” 하더란다. 아버지는 그제야 크게 뉘우치며 자기 어머니를 도로 업고 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부모의 일거수일투족을 아이들은 그대로 본받게 돼있다. 자식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강요하기에 앞서 부모로서 자기 본분을 지키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정성을 들이는 것이며, 그 자체가 자식은 물론 사회에도 이미 크나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부처님 제자 가운데 대상이 있었다. 대상은 상인들과 야영을 하면서도 수행자로서 밤새도록 잠을 자지 않고 나무 밑을 거닐며 마음을 밝히고 있었다. 이 때 도둑들이 상인의 재물을 노려 모두가 잠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대상으로 인해 도둑들은 기회를 놓치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대상은 사위성으로 돌아와 이 사실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그리고는 “부처님, 자기를 지키는 것은 곧 남을 지키는 일이 됩니까?” 하고 물었다. 이에 부처님은 “그렇다, 우바새여. 자기를 지키면 남을 지키고, 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