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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묵 월요칼럼]흰색 가운을 벗자

의사를 생각하면 문득 흰색 가운(gown)을 연상하게 된다. 마치 흰 가운이 의사의 심볼인 것처럼 된 셈이다. 하긴 이발사나 하물며 요리사까지 요즈음 흰색 가운을 입고 있긴 하지만 같은 흰색의 가운이라 하더라도 그 느낌은 매우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같은 흰 가운을 입었다고 해서 이발소를 병원으로 찾을 리 없고 병원에 이발하러 갈 일도 물론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갓 얄팍한 흰 천에 불과한 것이긴 해도 그것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은 매우 다른 것이다. 의사들이 입는 가운은 왜 처음부터 흰색을 택했을까? 아름답고 고상한 색이 허구 많은 중에서. 하지만 역시 흰 빛깔로 선택한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희다는 것은 그만큼 깨끗하고 신성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만일 가운을 사람의 피 색과 같은 붉은 천으로 만들었다면 의사들은 사람의 피를 소홀히 취급하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붉은 가운에 피가 묻었기로서니 흔적이라도 있을 것인가? 반면 새하얀 가운에 떨어진 피 한 방울은 그 소중함이 그만큼 선명하게 두드져 보일 것이기 때문이라 생각하는 것은 필자의 억측일까? 가운의 흰 빛깔이 갖는 시각적이며 표면적인 상징성 때문에 의사들마저도 가운 빛깔처럼 창백하고, 냉정하고, 지나친 결백성을 지닌 지성인의 상징으로 보여져서는 안될 것이란 생각도 든다. 흰 가운이 한낱 의사의 위생복 역할을 할지언정 그 좁은 흰 색깔의 면적에는 그 의사의 인품을 나타내는 피부로서 다양한 영상들이 담겨져 있어야 하며, 단순한 면적이 아닌 공간성(空間性)을 나타내는 여유와 따뜻함이 담겨져 있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정한 의상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선입견 같은 것이 있는 법이다. 그 의상의 상징성의 힘에 지배당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평복을 입은 재판관을 보고는 두려워하지 않으나, 일단 제복을 입은 재판관 앞에 나오면 누구나 떨리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즉, 어떤 제복은 특권의 상징이 될 수도 있다. 사실 의사들의 흰 가운도 특권의식이나 권위를 내세우기 위한 도구로서 제복의 성격을 띤 상징적인 의미를 은근히 많이 내포하고 있는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다. 사실 의료시엔 기술과는 별로 관련이 없는 불필요한 주술적인 측면이 많이 있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의사들의 압도적이고 일방적인 규율성이나, 의사와 환자간의 의사소통이 결여되어 있는 현상이나, 의사의 권위주의적 태도와 그 권위에 대한 환자의 지나친 수동적 태도와 복종 등은 치료기술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상징적인 의사의 위상을 높여주는 사회적 기능으로서 지금까지 잘 수행되어 온 것이다. 의사들이 늘 입고 있는 흰색의 가운도 의료의 주술적인 측면을 과장, 증폭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증표이다. 더구나 의사라는 직업은 생명을 구하는 기술을 가진 마술적인 기술의 상징으로 더욱 의사를 신비화하고 낭만적인 시각으로 보려는 경향이 잠재되어 있다.


이런 경향은 치과 의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치과의사들은 생명의 극적인 구출이란 명제가 별로 없는 단순 반복적인 작업이 대부분이고, 보조 인력 쪽으로 치료의 상당한 부분을 넘겨 줄 수 있는 것도 많기 때문에 오히려 사회적 지위의 확보를 위해서 전문지식과 기술을 신비화라는 덫으로 치장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많아지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막상 치과의사의 능력과 권위를 과시하기 위한 특별한 비술이나 비법이 그다지 없다는데 고민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치과의사들은 오히려 치료 외적인 부분에서 주술적인 치료효과를 얻으려고 안간힘을 쓰기도 한다. 고급스런 가구나 장비들로서 치료실 내부를 지나치게 화려한 치장으로 장식하려 한

다든가, 자기 알리기 홍보를 지나치게 과장되게, 허풍스럽게 하는 경향 같은 것도 있을 것이다.
하물며 치과 학문 연구 분야마저도 주술적이고 신화적인 본질을 가지고 있는 측면도 있다. 예를 들어 우식예방 백신개발에 대한 엄청난 많은 양의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