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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한마음선원 주지 혜원 스님]부처님께서 오신 이유

해마다 ‘부처님 오신 날’이 되면 대부분의 불자들은 소속 사찰에 등을 단다. 이때 등에 가족 이름표를 붙이는데, 간혹 승진이나 합격 등의 소원을 적어놓기도 한다.
이런 풍경에 고개를 갸우뚱했다는 한 보살이 있었다. 보통 사람 생일에는 축하인사를 하고 선물을 주면서, 부처님 생신에는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중생을 위해 나투신 데 감사하지는 못할망정 ‘부자 되게 해주십시오.’ ‘내 남편 잘 되게 해주십시오.’ ‘내 자식 좋은 학교에 가게 해주십시오.’ 등의 부탁을 하다니, 이런 것이 불교이고 이런 것을 들어주시기 위해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중생계에 오신 뜻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뿌리를 믿고 자신의 뿌리를 알게 하기 위해서이다. 일체 만물만생은 하나로서 공생, 공용, 공체, 공식, 하면서 돌아가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뿌리를 알게 되면 부처님의 뿌리도 알게 되고, 시공을 초월해서 전체를 알게 되며, 마침내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뿌리는 알려고 하지 않고 오직 ‘부자 되게 해주십시오.’ ‘내 남편 잘 되게 해주십시오.’ ‘내 자식 좋은 학교에 가게 해주십시오.’ 하고 빌기만 한다면 통신이 되지 않는다. 이것은 마치 내 집에는 전화를 놓지 않은 채 전화가 걸려오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부처님 법은 비유하자면, 목마른 사람에게 물 한 바가지 퍼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샘물을 찾도록 일러주는 것이다. 물론 너무 지치고 목마를 때는 물 한 바가지 퍼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남이 퍼준 물은 마시고 나면 곧 빈 바가지가 되고, 나는 또 목이 마르게 된다. 그래서 스스로의 샘물을 찾아 목마를 때마다 마음껏 퍼 마시라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퍼내도 줄지 않는 샘물, 즉 마음이라는 보배가 있어 이 보배만 찾아낸다면 스스로 목마름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이웃에게도 한 바가지 물을 베풀 수 있지 않겠는가.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비유컨대, 가난한 집에 귀한 보배가 있는 것 같으니라. 그러나 보배는 내가 여기 있다고 말하지 못하여 주인은 보배가 있음을 알지 못하고, 거기에다가 일러주는 사람도 없고 보니 그 사람은 제가 지닌 보장(寶藏)을 열어 활용하지 못한다. 온갖 중생도 이와 같아서 여래의 큰 가르침의 보장이 그 몸 안에 있건만 이에 대해 들은 바가 없기에 알지 못해서 오욕에 빠져든 나머지 생사에 윤전(輪轉)하여 무한한 고통을 당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처님들께서 세상에 나타나서 중생의 몸속에 여래장(如來藏)이 있음을 관찰하시고 여러 보살을 위해 이 법을 설하셨느니라.”
그러니까 부처님께서는 누구에게나 무한한 능력이 있음을 가르쳐주시기 위해 이 세상에 오신 것이고, 49년 동안 법을 설하신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가르침을 따르기보다는 부처님을 저 높은 곳에 올려놓고 그 앞에 엎드려 복을 달라고 하고,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빌고 있으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에서 말한 보살이 얼마 전 사시예불(오전 10시 혹은 11시에 하는 예불)에서 지장정근(지장보살의 명호를 부르는 의식)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제까지는 지장보살을 부르면 지옥에서 건져지고 극락에 간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내 속에 있는 지장보살을 드러내는 것이로구나 하고. 그리하여 스스로 지장보살이 되어 나와 이웃에 이익이 되게 하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