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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한마음선원 주지 혜원 스님]가치 있는 보시

대승불교에서는 보살이 실천해야할 수행으로 4 섭법과 6 바라밀을 들고 있고 4 섭법과 6 바라밀 모두 보시를 그 첫 번째 항목으로 꼽고 있다.
참다운 보시가 되기 위해서는 보시하는 이와 받는 이, 보시하는 물건이 모두 청정해야 한다. 보시하는 사람이 무언가를 기대하거나 삿된 마음이 깃들어 있으면 이는 보시를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리고 만약 보시한 물건이 도둑질 한 것이라면 공덕은 커녕 오히려 욕된 일이 되고 만다.


보시는 형태에 따라서 재보시, 법보시, 무외보시로 나뉜다. 재보시는 물질이나 금전을 가지고 공양하거나 남을 돕는 것이다. 법보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 영원한 마음의 양식을 삼게 하는 일이다. 무외보시란 좋은 낯빛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일이다.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산다.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괴로움을 안고 살고 있다. 그러므로 재물이 아닌 말과 몸, 뜻으로 하는 보시는 오늘 날 더욱 비중 있게 다가온다. 배려하고 진정으로 이해해줌으로써 편안함과 기쁨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 가치 있는 공양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남을 진정으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갖기란 말처럼 쉽지가 않다. 더욱이 나를 해코지 한 사람들을 용서하기란 더욱 어렵다. 마음에 독이 되는 미움과 분노는 자신의 마음을 메마르게 할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불행하게 만든다. 분명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알면서도 옳은 길을 선택해 살지 못하고 치솟는 감정을 어쩌지 못해 괴로워한다. 살다보면 누구나 순간순간 미움과 분노로 가슴을 끓이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이 때 종종 상대를 탓하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 그것이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다. 모든 문제는 내 마음의 어리석음과 미움, 장애로 인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둥근 돌은 정 맞을 일이 없고 손바닥도 마주치지 않으면 소리를 내지 않는다.


흔히 분노가 치솟으면 자기부터 괴롭게 되고 그런 불편함과 괴로움으로 서둘러 감정을 눌러버리려고 한다. 하지만 진정한 용서는 인위적으로 억누르거나 참는 것이 아니라 분노가 일어난 그 자리에 맡겨놓고 거기서 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진실로 맡겨놓을 때 가능해진다. 그렇게 할 때 자기라는 것이 차츰 엷어져서 마침내는 없어지고, 미움이나 갈등 또한 자연히 사라지게 된다.
진정 행복해지고자 한다면 이렇게 자기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안에서 나오는 의식들의 노예가 되지 않고 자재하면서 사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강한 사람이며 참 자유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 마음 안에서 조그마한 생각들이 나오기만 해도 거기에 휩쓸려 다니면서 팔자니 유전이니 업보니 한탄을 한다. 하지만 마음에는 팔자니 유전이니 업보니 하는 것이 붙을 자리가 없다. 순간순간 일어나는 것에 속지 않고 올라온 생각을 나온 자리에 내려놓고 좋게 재입력 시킨다면 전자의 것은 무효가 되면서 차츰 차츰 자재하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마음의 이치는 분명한 것이며 인간은 이러한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마음의 능력을 힘써 개발하고자 하는 이는 많지 않다.


이렇게 미묘한 마음의 도리를 한 번도 실천해보지 않고 생각으로만 안다면 목마른 사람이 물을 바라보기만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물은 직접 마셔야 그 시원함을 알 수 있고 갈증을 해소할 수 있듯 마음의 이치 또한 직접 실험해보지 않으면 그 맛을 알 수가 없다. 비행기를 타고 밑을 내려다보면 높고 낮은 산들이 다 평등해 보이듯, 마음의 자재권을 얻게 되면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시비하지 않고 빙긋이 웃고 살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된다. 밝게 웃을 수 있는 자유인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한 평생 값싼 감정으로 울고 웃고 분노하며 살기보다 진정 높고 낮음이 없는 그런 평등한 마음으로 산다면, 진한 자비심으로 죽음도 같이 할 수 있는 동체의 마음으로 살 수만 있다면, 주변인들은 물론 나 자신부터 밝은 행복을 누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