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4 (월)

  • 구름조금동두천 23.2℃
  • 맑음강릉 23.6℃
  • 구름조금서울 23.5℃
  • 구름조금대전 23.9℃
  • 구름많음대구 28.0℃
  • 구름많음울산 25.8℃
  • 흐림광주 24.2℃
  • 흐림부산 22.8℃
  • 흐림고창 22.3℃
  • 흐림제주 25.1℃
  • 구름많음강화 22.4℃
  • 구름많음보은 24.1℃
  • 구름많음금산 23.1℃
  • 흐림강진군 24.5℃
  • 흐림경주시 27.9℃
  • 흐림거제 23.1℃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종교칼럼 삶/한마음선원 주지 혜원 스님]‘나’에게서 벗어나야


옛날에 빚에 몹시 시달리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빚쟁이들을 피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치기로 했다. 그런데 한참 가다보니 보물 상자가 떨어져 있었다.


“이게 웬일이냐!”
남자는 신이 나서 뚜껑을 열었다. 과연 상자 안에는 보물이 그득 들어 있었는데, 보물 위에 거울이 얹어져 있었다. 순간 남자는 깜짝 놀랐다.
“아이고, 전 주인이 없는 건 줄 알았습니다. 상자 속에 당신이 숨어 있는 줄 알았으면 절대 열어보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고는 혼비백산해 달아났다.
여기에서 빚에 시달리는 가난한 사람은 고(苦)에 시달리는 중생의 모습을 말한다. 빚을 갚지 않고 도망치는 모습은 고에서 벗어나고자 애를 쓰는 모습을 말하며, 보물 상자를 발견한 것은 불법을 만난 것을 말한다. 또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으로 인해 보물을 얻지 못하는 것은 ‘나’라는 상(相)으로 인해 불법을 깨우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해탈지견향이다. 즉, 고에서 벗어나 대자유인이 되게 하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나’라는 것이 있어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고 괴로움을 받는다. 나다, 내가 했다, 내가 위대하다 하는 상(相)이 바로 고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서 벗어나 대자유인이 되라는 것이다.
우리가 ‘나’라고 생각하는 나는 진정한 나가 아니다. 진정한 ‘나’는 나무로 치면 뿌리이다. 즉, 부모미생전(父母未生前)의 자리이며, 나라고 생각하기 이전의 자리이다. 이것을 ‘참나’ 또는 ‘본래면목’, ‘주인공’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주인공’이라고 한다.


주인공이란 전체이며 비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주인공(主人公)이 아니라 주인공(主人空)이다. 우리 삶이 공하기 때문이다. 금방 아들 노릇했다가도 사위 노릇하고, 또 금방 형 노릇하고, 아우 노릇하고, 아빠 노릇하고, 남편 노릇도 한다. 이와 같이 나 하나가 수많은 역할을 하면서도 걸림이 없는데, 어느 것을 나라고 할 것이며 어느 것을 내가 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주인공은 내가 주인인 자리인 동시에 부처님과 제불보살이 함께 하는 자리이다. 여기에는 용신도 있고 지신도 있고 산신도 있고 칠성도 있다. 그래서 안으로 찾아라, 주인공 자리에 놓고 지켜보라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안과 밖을 구분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안팎이 따로 없으니 둘로 보지 말라는 것이다. 불법공부는 밖으로 대상(우상)을 만들어 놓고 빌고 기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체는 다 고놈이 하는 거니까 고놈만이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고놈이 있다는 것은 고놈만이 증명할 수 있다.”


큰스님께서 항상 하시는 말씀처럼, 내가 나를 발견해서, 이 자리까지 나를 끌고 온 나를, 나를 진화시킨 그 나에게 놓으라는 것이다. 그래서 참나와 둘이 아니게 상봉하라는 말이다. 이것이 곧 보물 상자를 여는 것이며, 보물을 손에 쥐는 것이다.
아무리 부처님이 위 없는 경지를 깨달으셨다고 할지라라도 그것은 부처님이 깨달은 것이지 내가 깨달은 것은 아니다. 잘났든 못났든 나를 믿고 들어가서 내가 깨달아야 부처님의 마음도, 역대 조사들의 마음도, 중생들의 마음도, 풀 한 포기의 마음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체는 한마음이 나투어서 이뤘어라.


극락세계 여기 있고, 남녀성품 평등한데 분별심을 갖는다면 공한 이치 어찌 알랴.
인생은 태어나면 창살 아닌 창살 속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목숨 다해 끌려가네.
자기라는 고정관념 빗장문을 뛰어넘어 선종관문 알아보세, 선종관문 알아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