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4 (월)

  • 맑음동두천 27.3℃
  • 구름많음강릉 25.0℃
  • 구름조금서울 27.4℃
  • 구름많음대전 28.8℃
  • 구름많음대구 32.1℃
  • 구름조금울산 29.0℃
  • 구름많음광주 27.4℃
  • 구름조금부산 24.9℃
  • 구름많음고창 26.5℃
  • 흐림제주 26.3℃
  • 구름조금강화 24.3℃
  • 구름조금보은 28.5℃
  • 구름조금금산 28.5℃
  • 구름많음강진군 26.9℃
  • 구름조금경주시 32.5℃
  • 구름많음거제 24.6℃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종교칼럼 삶/한마음선원 주지 혜원 스님]선물

세상 사람들은 고(苦)가 닥치면 무조건 벗어나려고만 하지 그 고의 참된 원인을 살피려 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한 가지 고에서 벗어난다 해도 또 다른 고가 닥쳐오는 것을 면할 길이 없다.
지금 우리에게 닥치는 고의 경계들은 사실 언제인가 우리가 벌레로 살다가, 새로 살다가, 짐승으로 살다가, 혹은 인간으로 살면서 지었던 모든 행위의 결과이다. 그러니 나라는 존재는 따지고 보면 쉴 새 없이 고락을 만들어 내는 생산 공장과 같다.


그런데 그러한 것들은 결국 자기가 생산해 낸 것이니 자기가 수집해 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고의 경계가 다가왔다 해서 이를 피하려거나 나쁜 생각을 품지 말고 ‘나를 일깨워 수행하게 하고 다지는 것이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하는 마음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런 마음이라면 고는 이미 고가 아니다.


예를 들어 어린 아이가 먹어서는 안 될 돌이나 유리 조각을 입에 넣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겠는가? 아마 질겁을 하여 손가락이라도 넣어 뱉어 내게 할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자기의 생각에 빠져 길을 잘못 들었을 때 부처님의 보이지 않는 손이 내려치는 수도 있다. 그것은 알고 보면 재앙이 아니라 크나큰 복인 것이다. 앞뒤 분간 못하고 탐욕과 번뇌 망상에 휩싸여 있는 무명을 친 것이지 참 생명을 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체의 모든 일들은 다 공부재료인 것이다.


흔히들 업이니 팔자니 하고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업보는 업보가 아니고, 팔자는 팔자가 아니라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과정이요 밑거름이다. 즉, 닥쳐온 경계를 고니 업보니 하지 말고 그 모든 것이 수행케 하는 과정이며 ‘내 마음속에 있는 참나가 나를 형성시켜 놓고 나를 이렇게 가르치는구나! 성숙하게 만드는구나!’ 하고 생각을 돌린다면 싹에다 물을 주는 격이 된다. 그렇지 않고 업보니 뭐니 이런 생각으로 덧씌운다면 가물어서 바짝바짝 말라 들어가는 형국과 같아 좋은 싹이 나지 않는 것이다.


어느 소아마비 소녀가 있었다. 이 소녀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얼굴도 뒤틀려 말도 제대로 못했다. 이 소녀의 어머니는 스님을 찾아가 자기의 생명과도 같은 딸의 장애에 대해 여쭈었다. 스님은 이 소녀에게 하루에 절을 천 번씩 하라고 했단다. 보통 건강한 몸을 가진 사람도 하기 힘든 천 배를 죽을 때까지 하라고 했다.


그때부터 소녀의 목숨을 건 처절한 기도는 시작되었다. 어느 때는 너무 힘들어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끈질긴 정성스러움과 소녀의 강인한 의지는 그 고통을 극복하고 일어서게 하였다.
일반사람도 하기 힘든 히말라야 등반도 이루어 내었고, 뼈를 깎는 아픔을 통해 키워나간 신심을 통해 깨달음도 얻게 되었다.


만약에 소녀에게 소아마비라는 장애가 없었다면, 소녀는 어쩌면 인생의 소중함도,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도, 자신의 내면에 불성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살았을지 모른다.
잘난 자신 속에 빠져 남에게 아픔을 주는 이기적이고 교만한 인간이 되어 인생의 참다운 의미도 모르고 그냥 한 생을 살았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소녀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다가온 그 장애를 통해 인간으로서의 진정한 삶을 찾게 되었다. 그 소녀에게 있어서 소아마비라는 육신의 장애는 세상의 진리에 눈을 뜰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자그만한 빛이 있었다. 빛은 자기가 빛인줄 모르고 자기존재를 알고 싶어했다. 그래서 자기가 빛임을 체험하기 위해 어둠을 만들었다. 어둠이 있어야만 밝음을 알수 있어 스스로 창조한 것이다. 빛을 진짜 빛답게 만드는 것이 모든 어둠의 역할인 것이다.


그러니 현실의 고통이란 알고 보면 순간순간 밝음으로 인도하는 과정이며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지고 그 자체만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미룰 수도 없고 미루어지지도 않는, 철저히 나의 것으로 다가오는 각종의 경계들을 쳇바퀴 돌듯 나고 죽는 이 세계에서 벗어나는 열쇠요, 선물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어떠한 일이든 나를 성장시키고 참인간으로 이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