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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한마음선원 주지 혜원 스님]나를 다스림이 나의 본분


여러분의 본분(本分)은 무엇입니까?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가 마땅히 해야할 가장 중요하고 근본되는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내가 왜 태어났는지 왜 살아가고 있는지를 모른다면, 나의 본분이 무엇인지 또한 모를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수시로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왜 태어났는가? 왜 살아가고 있는가? 자식노릇 부모노릇하기 위해서? 남편노릇 아내노릇하기 위해서? 이러저런 직업을 갖고 일하기 위해서? 그 일을 통해 성취감을 맛보고 인정받기 위해서? 아니면 그저 돈 벌어 잘 먹고 즐기기 위해서? 그리고 남으면 남에게 베푸는 선행을 위해서?


아니다. 우리의 현주소는 중생이지만 우리의 가능성은 부처이다. 우리는 업(業) 때문에 중생(업식 덩어리)으로 태어났지만, 동시에 그 업을 소멸하고 부처라는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 태어났다. 이것이 우리가 태어난 이유이고 살아가는 목적이다. 그러니 이 세상에서의 나의 본분은 무엇이겠는가? 자신의 업에 따라 이 노릇 저 노릇도 하고 이일 저 일도 하겠지만, 나의 근본되는 일은 바로 수행이다. 나의 본분은 중생심(업식)을 다스려 보살심으로 승화시키는 일이다. 마음을 성장시키는 일, 마음의 차원을 높이는 일말이다.


이러한 자신의 본분에 늘 충실하다면 어느 노릇 어느 일을 해도 제대로 할 수 있고, 하는 그 자체가 내 마음을 진화시키는 수행이 되지만, 본분을 앞세우지 않는다면 어느 일을 하든 어떤 성과를 거두든 그것은 단지 또 다른 업을 쌓는 데 머무르고 말게 된다.
자신의 본분을 모르면 얼마든지 어리석어질 수 있는 게 인간이다. 얼마 전에 어느 분이 사업을 하다 망해서 많은 재산을 잃고 괴로워하던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망하긴 했어도 아직 왠 만큼 재산도 남아있고 가족도 있는데 말이다.


돈에 목숨을 걸다니, 사업에 목숨을 걸다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도(道)에, 수행에 목숨을 거는 사람이었던들, 사업을 하다 망했어도 자신까지 망치진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본분이 사업이 아니라 수행임을 철저히 알았던들, 이미 잃어버린 돈에 대한 집착 때문에 가장 소중한 자신의 마음을 지옥에 빠뜨리고 자신의 목숨마저 버리진 않았을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나머지 재산 까지 잃어버리진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어려움을 겪으며 그 마음은 훌쩍 성장했을 것이고, 필요하다면 사업을 다시 일으키고 돈도 다시 돌아오게 하였을 것이다. 돈을 추구하는 사업가이기 이전에 도(道)를 추구하는 수행자였던들, 설사 잃어버린 돈에 대한 미련 때문에 괴롭고 죽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 할지라도 그러한 중생심을 잘 다스려 놓았을 것이다. 자기 부처(주인공)를 믿고 거기에서 욕심, 집착, 괴로움 등 모든 번뇌를 다스릴 수 있도록 맡겨놓았을 것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근본을 망가뜨리진 말아야 한다. 뿌리를 해치고서 어찌 가지와 잎이 성하기를 기대하겠는가. 어려울 때일수록 내면을 향해 자문자답해보자. ‘나는 왜 태어났는가? 나의 본분이 무엇인가? 그래, 나는 이 세상에 마음공부 하러 나왔지. 모든 업과 습을 녹임으로써 성숙해지고 원만해지기 위해서, 완전히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살아가고 있는 거지.


오직 그 하나의 이유, 그 하나의 목적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거지. 진아(眞我)! 너만이 이 고(苦)를 녹일 수 있고 너만이 이 가아(假我)를 이끌 수 있어.’ 나는 부모 자식이기 이전에, 남편 아내이기 이전에 수행자이고, 사업가 기술자 학생 선생 의사 등등 어느 직업인이기 이전에 수행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내 마음 다스리는 일을 근본으로 삼을 때, 이 생에서 내 몸이 맡고 있는 역할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고 아름답게 빛날 것이다. 그러니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입장에 처하든, 결코 수행자로서의 나의 본분을 잊지 말자. 다스려놓고 다스려놓아 더 이상 다스릴 나(업식)가 없을 때까지.


‘나’가 완전히 없어지고, 모든 경계 또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때까지.중국 송나라 때, 주자의 스승인 정자 형제가 배를 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