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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허영엽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실장]남녀 공존은 하느님의 뜻

“여성의 마음을 알게되면 세상을 얻게된다.”


멜 깁슨이 주연한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라는 영화의 한대목이다. 광고 기획자인 남자 주인공에게 어느 날 갑자기 시련이 닥쳐왔다. 승진의 기회를 경쟁사 직원인 여성에게 빼앗겨 버린 것이다. 여성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큰 소비력을 가진 여성들에게 효과적인 광고 기획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미래의 사회는 더욱더 여성적인 감성과 에너지가 중시된다고 한다. 실제로 여성의 적극적인 협조와 도움 없이는 정치, 경제 사회, 가정 등 어떤 분야에서도 효과적 성공을 이루기 힘들다.


성서를 보면 많은 여성들이 예수께 매력을 느끼고 그를 따랐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예수께서 살았던 시대는 여성이 사회적으로 철저히 소외된 시대였다. 여자는 남자의 재산 목록 중 하나였으며 심지어 유다인 남자들은 하루에 세 번 드리는 기도에서 여자로 태어나지 않은 것을 감사드릴 정도였다. 유다인 사회에서의 여성의 위치를 짐작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구약 시대에서는 여자는 주로 성적인 존재로 간주되었다. 그래서 여성은 외부 세계와 완전히 격리되었으며 철저히 아버지나 남편의 지배 아래에 있었다. 그래서 부인들은 노예들과 마찬가지로 남편을 주인처럼 섬겼다. 부인은 자기의 남편을 부를 때에 마치 노예가 자기의 주인을 호칭하거나 신하가 자기의 왕을 호칭하듯이 하였다. 그리고 여인들은 종교적인 면에서도 남자와 동등한 위치에 있지 못했다. 여자들은 율법을 배울 수 없었고 율법 교사가 될 수도 없었다. 이처럼 이스라엘 여인의 위치가 여자 노예와 법률적으로 다른 점은 혼인 때의 지참금에 대한 소유권과 남편과 이혼이나 사별 시 그녀에게 지불될 금액이 기록된 혼인 증서를 담보로 가지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신약시대에도 여인들의 위치는 큰 변함이 없었다. 공개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며 공적인 삶은 철저히 남자들만을 위한 일이었다. 여자들에게는 집안에서의 생활만이 요구되었다. 이처럼 여성들은 가정과 공적인 삶으로부터 완전히 소외되어 있었다. 집안에서도 딸들은 모든 궂은일을 도맡아 해야 했지만 남자 형제들과 동등한 권리를 가지지 못했다.


그러나 예수는 여인들을 여자이기 이전에 남자와 똑같은 인간으로 대했다. 더욱이 일부다처제 및 이혼 금지에 대한 예수의 입장(마르코 복음 10,6-12참조)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혼인을 높이 평가하신 것이다. 예수가 활동했던 시대는 여성의 인권이 보장되던 시대가 아니었다.
예수는 이런 사회적인 관습을 넘어서 여성을 남성과 똑같은 존재로 인정했다. 당시의 상황에서 보면 이런 예수의 태도는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예수님의 제자처럼 그의 길을 따랐고 몇몇 여성들은 자신의 재산을 바쳐 예수님의 활동을 도왔던 것이다.(루가복음 8, 3참조) 예수가 죄인들에게 붙잡혔을 때 제자들은 도망치고 배반했어도 여성들은 예수님의 죽음의 현장을 지키고 끝까지 신의를 지켰다. 예수는 여성들을 한 인격체로 인정함으로써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하느님의 자녀이고 동등한 존재라는 하느님의 뜻을 선포했다.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평등하다는 선포야말로 예수가 가져다준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은 여러 분야에서 여성의 권리와 활동이 많이 신장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교회에서조차 여성들의 재정적이고 영적인 공헌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역할과 위치는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받는 경우가 없지않다.
예수께서 가졌던 여성에 대한 태도를 본받는 것이 신앙적이고 지혜로운 태도가 아닐까. 왜냐하면 예수께서는 남자와 여자가 동등하고 그 누구도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하느님의 뜻을 알려주셨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