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물위에 떠서 먹이를 구하는 동안 보행(步行)의 우아함을 잃은 오리, 게다가 한쪽다리의 자유를 잃으면 행보가 더욱 뒤뚱거린다. 그래서 재선(再選)에 실패한 국회의원을 잔여임기동안 레임덕(Lame duck)이라고 불렀는데, 언제인가부터 임기말년 대통령의 권력누수(漏水)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변했다. 미국은 1933년 사실상 입법 활동이 중단되는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헌법개정을 하였다 (수정헌법 20: 예를 들어 대통령 임기시작을 3월 4일에서 1월 20일로 앞당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간이 짧아진 것 뿐, 사실상의 공백상태 자체를 없앨 수는 없었다.
예산 결산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회계연도의 종료가 4월말임에도 불구하고 총회는 20일 전후에 열리니까, 감사와 사전 인쇄 및 우편송달 시간까지 고려하면 결산보고서는 거의 일 개 월 이전에 작성해야 한다. 관리비 인건비 총회경비 등 상당한 액수를 미불금(가지급) 형태로 계상하는 ‘관행’이외에 방법이 없다.
이를 시정하겠다며 협회 회계연도를 한 달 앞당겨 시행한 웃지 못 할 희극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선거총회 때에는 신임집행부의 의지와 전혀 관계가 없는 사업계획과 예산안을 물려받게 되는 일도 어쩔 수 없는 ‘관행’이다.
이처럼 인간 사회에서 절대 신성불가침의 원칙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합의의 도출’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꽃인 대의정치의 목표인 것이다.
대한치과의사협회의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 총회는 일년에 단 하루 열린다.
오전에는 전 회계연도 집행결과를, 오후에는 새 회계연도 계획을 다루는데, 선거가 있으면 더욱 복잡해진다. 오전은 현 의장단이, 오후 선거는 임시의장이, 그리고 선거 다음에는 신임의장단이 회의를 주재한다. 이렇게 넘어가는 과정에서 묘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다른 일은 제쳐두고 당면한 최광철 부의장 건, 즉 ‘신임 대의원으로 선출되지 아니한 부의장의 자격문제’를 살펴보자.
사실 이런 상황이 처음은 아니고, 마지막 순간에 신임대의원이 양보하여 아슬아슬하게 넘어간 전례가 두어 번 있었는데, 드디어 현실로 닥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 부의장의 직분은 유지됨이 옳다고 본다.
첫째, 회계연도가 4월 30일까지이므로 결산심의가 종료되는 시점까지는 자격을 유지하고 명예롭게 퇴임인사를 마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실은 감사보고를 포함한 결산심의는 구(舊) 대의원 몫이라는 주장이 나올 소지도 없지 않다.
둘째, 오전만의 회의진행을 위하여 수명(壽命) 세 시간의 부의장을 다시 뽑을 것인가. 그렇다면 역시 구 대의원들을 다시 소집하여 선출해야 하지 않는가. 등등 문제가 더 복잡하고 모순도 더 늘어난다.
셋째, 최 부의장이 현재 행정구역과 묶여있는 지부를 벗어나는 순간 대의원 자격과 함께 부의장 직분도 당연히 상실한다는 주장은 옳다. 그러나 ‘국회의장의 당적 포기’처럼, 의장단은 이미 ‘지부를 초월’한 것으로 보는 관점도 있다. 최 부의장이 강원도로 이전한 다음 본래 소속했던 서울지부에서 후임대의원을 신고하지 않은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이상의 결론에 대한 찬반의견 또한 다양하겠지만, 단 하루의 일정에 모든 일을 처리하는 총회의 한계와 회원 특히 대의원들의 화합차원에서, 보다 긍정적인 해석으로 바람직한 선례, 생산적인 관행을 만들자. 마지막으로 대의원 정원 초과의 문제는, 부의장을 정족수 계산이나 표결에서 제외하는 방법으로 해결이 된다.
몇년 전 총회의장이 일단 탈락되었던 사례가 있었고 앞으로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는 일이기에, 이 기회에 확실히 해 둘 한 가지 해법을 제시한다. 대전지부는 5개 구별 총회에서 지부대의원과 함께 승계 순위까지 결정한 약간명의 예비 대의원을 뽑아둔다. 대의원이 지부회무를 맡아 대의원을 사퇴하면 즉시 승계한다.
만약에 최 부의장이 이런 관행을 원용하여, 오전회의가 끝난 뒤 대위원직을 사퇴하고 오후에는 예비대의원이 승계하기로 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한 가지 더 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