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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 허엽엽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실자]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벗어나는 삶

황하의 신(神)인 하백(河白)이 처음으로 바다에 나와 동해를 바라보며 놀라서 북해의 신인 약(若)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이제까지 이 세상에서 가장 넓은 것이 황하인줄 알았는데 지금 바다를 보니 더 넓은 것이 있는 것을 깨달았소” 그러자 북해의 신(神) 약(若)은 “우물 안에서 살고 있는 개구리에게 바다를 이야기해도 알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늘 좁은 장소에 살기 때문입니다. 여름 벌레에게 겨울의 얼음을 말해도 알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여름만을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지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야기의 초점은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자기 중심적인 사고에 갇혀 더 넓고 다른 세상이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것을 경고하는 것입니다.


자기 중심적 사고에 빠져있거나 식견이 좁은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절대적이라 믿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우물속에 갇힌 개구리의 모습으로 더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하고,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지식도 많고 아직 가보지 못한 곳도 숱하게 많습니다. 특히 사람의 생각은 십인십색으로 모두가 다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서 여러곳에서 예수님의 제자들의 몰이해(沒理解)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제자들이 자주 예수님의 말씀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생각하고 행동했던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걱정 하지말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하시면서 “내가 있는 곳에 같이 있게 하겠다. 너희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알고 있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자 제자인 토마스가 “주님, 저희는 주님이 어디로 가시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겠습니까?” 하고 말합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필립보야, 들어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같이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단 말이냐? 나를 보았으면 아버지를 본 것이다. 그런데도 아버지를 뵙게 해달라니 무슨 말이냐?” 라고 꾸짖으셨습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제자들의 몰이해에 예수님은 무척 마음이 아프고 상심하셨을 것입니다.


사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서로 이해를 못하고 불신하고 오해하는 것은 큰 상처가 되고 고통을 안겨줍니다. 부부 간에, 부모와 자식 간에, 또는 친구들 간에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고 교류가 되지 않는 것처럼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요?


예수님의 제자들은 늘 예수님 곁에서 함께 생활하고 그분의 삶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늘 예수님의 설교를 듣고 기적의 현장을 체험했던 이들입니다. 그런데 왜 제자들이 예수님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했을까요? 우선 예수님의 말씀이나 행동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은 자기가 아는 만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오류는 우리의 삶 속에서 종종 발생합니다.


자신의 이기적인 생각이나 욕심에 사로잡혀 있을 때 다른이의 말과 행동을 순수하게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다른이와 대화에서 ‘어렵다’는 것과 ‘진리가 아니다’라는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
우리가 대화를 잘 하기 위해서는 우선 잘 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한 순간도 다른 이와 대화를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먼저 들으려 하지 않고 나만 옳고 내 요구만 주장한다면 늘 갈등이 생기고 함께 공존하기가 어렵습니다. “귀가 두개 있고 입이 하나인 이유는 덜 말하고 더 잘 들으라는 창조주의 뜻”이라는 라틴어 속담이 있습니다. 혹시 자기중심적인 생각이나 판단 때문에 다른 사람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진리를 볼 수 없는지 항상 자신을 되돌아 보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