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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 허엽엽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실자]생명의 고귀한 가치


막시밀리안 콜베 신부는 제2차 세계 대전중인 1941년 2월 나치 독일군에 의해 체포되었습니다. 그는 죽음의 수용소인 아우슈비츠에 수감되었습니다. 어느 날 콜베 신부가 있던 감방에서 탈출자가 생겼습니다.
탈출자가 생기면 독일군은 수용소에 수감된 이들 중에서 열 명을 뽑아 굶어죽이는 형벌을 가했습니다.


그때 뽑힌 유태인 중 한명이 자신은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두고 죽을 수 없다며 울부짖었습니다.
그때 콜베 신부는 그 사람을 위해 대신 죽겠다고 자원했습니다. 그 행동은 독일군에게까지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결국 콜베 신부는 한 사람을 위해 대신 형벌을 받고 보름동안 굶주린 뒤 결국 숨졌습니다.


콜베 신부는 사제로서 그리스도의 고통과 십자가의 죽음의 길을 기꺼이 따랐습니다. 자신의 고귀한 생명을 바쳐 희생과 사랑의 제물이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에 약40명이 자살을 한다고 합니다. 자살의 이유는 실직을 하고 생활고에 시달려서, 성적이 떨어져서, 가족과의 불화 등 아주 다양합니다.
그러나 자살하는 이의 공통된 심정은 삶이 너무나 막막하고 외롭고 더 이상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자신의 생명에 대한 가치를 느낄 수 없을 때 사람은 결국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고 맙니다.


전문가들은 자살을 방지하는 최선책은 마음을 열고 다른 이와 대화하는 것이라 충고합니다. 자신의 답답함을 토로할 수 있고 자신을 믿어주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이가 곁에 있다면 소중한 목숨을 쉽게 끊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나 살기 바쁘다고 이웃의 외로움과 고통을 외면하고 모른척 살아갑니다. 그러나 우리는 가끔 체험합니다. 따듯한 말 한마디와 사랑이 담긴 작은 행동이 세상을 얼마나 살맛나게 해주는지를 말입니다.


더구나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아마도 어떤 어려움과 고통이 닥쳐와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그 사랑에서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신성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교회는 “인간은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됐기에, 어느 누구도 인간 생명을 함부로 해치거나 손상시킬 수 없다”고 가르칩니다. 인간 생명은 수태 순간부터 마지막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그 존엄성이 존중받아야 함은 마땅한 일입니다.


그러나 오늘의 사회는 이와 정반대되는 온갖 반생명적인 현상들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낙태와 자살, 안락사와 같은 직접적인 살인행위들은 물론 마약, 폭력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생명을 거스르는  행위들이 도처에서 수없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생명공학의 발전은 인간 생명 그 자체를 인위적으로 조작하거나 만들어내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죽음의 문화를 극복하고 생명이 존중되는 문화를 건설해야 할 것입니다.


생명의 존엄성이 중요시되는 사회 건설을 위해 무엇보다 요청되는 것은 모든 이들이 생명의 존엄성과 신성함에 대한 철저한 인식과 자각을 하는 것입니다.
인간 생명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하느님의 사랑에서 나오는 무상의 선물이며, 은혜라는 사실을 인식해야합니다. 이것은 생명의 주인이 인간 자신이 아니라, 인간은 다만 관리자일 뿐임을 의미합니다.


이 사실을 무시하거나 외면한 채 인간이 생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에서 반생명적인 행위들이  빚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점을 깊이 깨달아 절대자로부터 받은 존엄한 생명을 수호하고 생명의 존귀함을 널리 일깨우는 데 앞장서야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가정에서부터 생명을 아끼고 사랑하는 생명교육이 더욱 깊이 있게 실시되어야 합니다.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생명의 소중함을 제대로 가르치고 그 모범을 보일 때에 자녀들도 생명을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