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하반기부터 의료기관 종별 체계가 3단계로 개편된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자 치과계는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이 개편안 내용 중에는 종합전문병원의 경우 그동안 법적으로 설치하도록 돼 있던 필수 진료과목을 폐지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즉 정부의 구상은 종합전문병원을 기능중심병원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이다.
이럴 경우 현행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에서 그동안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했던 치과는 대부분 퇴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그만큼 치과의 진출영역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동안 종합병원 내 치과 대부분이 수익성이 낮아 그 위상이 위태로웠는데 이번 개편안이 진행되면 퇴출 1순위 진료과목이 확실해 보이는 것이다.
수년 전에도 대한병원협회 측에서 종합병원 내 치과를 필수과목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치협이 적극 반대하고 나섰던 적이 있었다. 당시 병협 측 주장은 치과가 수익성이 낮아 병원 경영에 도움이 안될 뿐 아니라 전속전문의를 구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큰 이유였다. 치협은 이에 종합병원의 기능을 환자 중심으로 생각할 때 치과 진료과목은 없어서는 안될 분야이며 이는 단지 영리적 목적이 아닌 환자 치료적 측면에서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었다.
물론 이같은 대의적 입장 뒷면에는 치과분야의 축소를 우려한 시각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병원 경영적 입장에서 보면 치과는 경영수지가 낮아도 법적 필수 진료과목이기에 구조조정이 안되는 애물단지였을 것이다. 실제로 2년 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종합병원 내 치과 매출은 병원 전체 매출 가운데 평균 0.7∼0.9%였다는 것은 한번쯤 되새겨 볼 만 한 일이다.
아무튼 당시에는 이러한 양측의 주장이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지만 이번 개편안에서는 과거와 같은 주장을 하기에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문제가 시작되고 있다. 기존의 종합병원의 설립 목적을 떠나 새로운 개념의 병원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즉 종합병원을 잡화점식 병원이 아닌 기능중심의 병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따라서 필수 진료과목이 필요없게 되고 무슨 질환 하면 무슨 병원 하는 식으로 종합병원을 특화 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개편구상에는 몇가지 염두에 둘 사항이 있다. 종합병원을 기능중심병원으로만 존속시킬 경우 그러한 특정 질환 중심 종합병원들의 지역별 설치가 가능하겠느냐는 점과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기존의 종합병원과 같은 역할을 해낼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치과의 경우 돌발 사고로 인한 악안면 외상 환자들의 치료는 누가 맡을 것이며 종합병원에서만이 진료가 가능한 복합 질환 환자에 대한 치과진료는 누가 맡게 되는가 하는 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미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모든 것을 획일화된 잣대로 그어 추진할 것이 아니라, 보다 유연한 기준으로 추진하기 바란다.